대한민국의 함정 - 탐사보도 전문 정희상 기자의 한국 현대사 X파일
정희상 지음 / 은행나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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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시사저널에서 오랫동안 탐사보도 부문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정희상 기자의 글모음이다.

진실을 밝히는게 언론의 사명이라고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그 임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허위를 파고들어 속내 깊숙히 담긴 진실을 파들어가는 수고를 하기 보다는 취재원과의 각종 연줄을 동원해
입맛을 맞추어주거나 아니면 특종거리를 남보다 빨리 받아와 터트리는걸 능력으로 자랑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기 선보인 정기자의 탐사 과정에는 오랜기간 막강한 국가권력과의 힘겨운 싸움 과정이 보인다.
처음부터 정기자가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언론의 힘이 필요할 때 같은 편에 서서 꿋꿋이 버티어 나갔다.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군의 조직 이기주의를 고발했고 김형욱 실종사건과 관련해서는 안기부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감사원에서 양심선언으로 나오게 된 현준희씨의 문제를 보면 포청천의 이미지를 가져야 할 감사원도 조직의 보호가 가장 우선순위라는게 나타난다.

하나 같이 막강한 국가권력 기관이라 힘 자랑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것인데 이들에게 빠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갈망이다.
육사를 졸업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청년장교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을 때 군에서는 지휘관들에게 누가 될까봐 허겁지겁 덮으려고만 했다. 당사자의 아버지가 최근에 전역한 삼성장군인데도 이럴 정도면 나머지 필부의 아들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 그동안 군대에서 강제징집으로 발생했던 수많은 의문사를 비롯해 제대로 해명 되지 못한 죽음들이 얼마나 억울한 원혼이 되어 돌아다닐까 하는 씁쓸한 감상이 든다.
진실이 밝혀지면 조직은 죽는다. 이게 이들 조직의 하나 같은 행동 명분이었다. 덕분에 한국에는 게이트가 많고 리스트가 많다. 터지면 세상이 흔들린다고 쉬쉬 덮기에 바빴지만 막상 터진 결과라고 해보았자 고름이 빠지고 더 건강해진 모습 뿐이다. 그럼에도 목을 메고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모습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런 전통 덕분에 쓸만한 회고록이 매우 적고 참된 반성이 없이 매번 반복되는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릇 개혁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방향의 제공이다. 옛말에 죽은 천리마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사자 산 천리마가 무수히 들어왔다고 한다. 만약 개혁을 시도하다 희생된 내부고발자 - 이문옥,현준희 등 - 몇명이라도 제대로 된 대접을 해주었다면 정부는 분명히 진실을 밝히는 방향으로 바뀌었을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 권력을 잡자마자 이들은 조직의 충성을 획득하기 위해 냉정히 내부고발자 문제를 회피한다. 김대중이 임명한 한승헌 감사원장이나 노무현이 임명한 후속 원장들에게서도 전혀 새로운 조치가 나오지 못했다. 덕분에 그들의 나중은 어떻게 되었나? 김대중의 경우 아들이 감방갈 때 피눈물이 났을 것이고  노무현의 경우도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질 때 찝찝하겠지만 다 자신들이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업보일 따름이다.
노무현의 경우를 보더라도 코드에 맞는 인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게 절대로 공정한 인사가 될 수는 없다. 이 책을 보면 현준희씨를 매도한 당사자가 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유를 파고들어가 보면 노무현의 부산상고 후배라는 우습지도 않은 연고가 나타난다.

참된 개혁의 방법은 있다. 오히려 취하기가 쉬울 것이다. 진실과 정의를 사회의 기본가치로 확립하겠다고 마음 먹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천하겠다면 하나 하나가 풀려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에게 먼저 엄격해야 하는데 정기자의 글들을 보면 개혁을 외치던 사람들 또한 권력을 잡고 타락을 겪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어쨌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매진하는 정기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성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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