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로부터 온 편지
안복현 지음 / 라이트북닷컴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일모직의 대표이사로 있던 안복현 사장이 사원들에게 보냈던 글들을 모아 만든 것이다.

사장 취임 당시 제일모직은 사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류를 비롯한 섬유 부문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전자재료  등 신사업의 효과는 아직 나오지 못했다.
안사장은 취임 후 우선 비전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사원들 전체에게 공감을 주도록 노력했다.
자신의 의지와 방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매주 편지를 썼는데 남에게 대필해서 만든 흔한 교과서적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현장을 다니며 가진 느낌을 고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읽어내려가면서 편지 모음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내 선입견과는 다른 점들이 속속 발견되었는데 우선 안사장은 뛰어난 관찰력의 소유자였다. 공장 방문 중 여직공이 실을 가지고 천을 만드는 방적기 작업을 손으로 검사하는 장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다음 질문은 왜 저걸 손으로 해야만 할까 였는데 안사장이 던진 질문은 정곡을 찔른 것이었다. 마침 옆에는 해당 작업을 자동화시켜주는 전자눈으로 된 장비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장비가 도입되고도 기존 관행에 밀려 그냥 옆에 놓인채 사장된 것이다. 현장 담당 부장에게 개선책을 지시하고 타 부문에서도 이와같이 비능률적인 방법을 반복하다보니 생산성이 오르지 못한다고 판단해서 전사적인 혁신을 진행시킨다.
사장이 아무리 부지런하다고 해서 모든 공장의 모든 공정을 뒤지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낼 수는 없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전사원이 주인 의식을 갖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에게 포상을 다른 한편으로는 개선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의식을 부과했다.

대표적인 예가 비축재고라고 해서 여유분을 쌓아놓았지만 결국 팔리지 않아 헐값에 넘기게 된 재고였다. 수백억에 달하는 이 비용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화가났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답은 해당 부서를 세분화시켜 책임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즉 모두가 자신이 사장인 것처럼 의사결정을 내리고 거기에 맞추어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안사장도 원래 제일모직 출신은 아니었지만 타 부문에서 겪었던 경험을 적절히 이식시켰다. 재고가 왜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제부터 없애봅시다 하면서 하나 하나 접근해갔다. 공장에서 물건이 나오자마자 바로 물류망을 통해 수출로 보내버리면 잘해야 부두 야적 비용이 약간 늘어나는 수준일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했던 방법을 고대로 응용해보았지만 의외로 효과는 컸다.
이런 부문을 읽다보니 왜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CEO를 다른 기업이 스카웃해가고 주식시장이 거기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지 이해가 가게되었다.

이렇게 전반적인 혁신을 하면서 IT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전개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정말로 안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반 인프라가 필요하다. 역시 수단은 IT였는데 우선 수백종의 문서를 없애버렸다. 처음에야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고 아우성이지만 막상 없애고 보면 정말로 그게 필요했는지 묻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이 모든 작업들이 하나 하나 성과를 내다보니 제일모직이라는 기업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달라진다.
콜린스의 유명한 책 위대한 기업으로를 보면 최종 평가를 해당기업의 주식가격으로 나타내었다. 똑 같이
제일모직 주가를 살펴보면 2005년 이전에 2만원을 넘지 못하던 것이 급격히 상승해 3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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