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그림의 미술사 -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미술사를 바꾼 명화의 스캔들
조이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화가는 기껏해야 붓 하나 든 존재다. 하지만 그는 오래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만든 사람의 생이 끝난 이후에도 만약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남아서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인상을 주게 된다.

학자를 굳이 잡아다가 분서갱유 처분을 내리는 것 만큼이나 때로는 화가의 그림 하나를 놓고 격렬한
논의와 함께 탄압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카라바조, 마네 등은 모두 그러한 논쟁의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과 삶을 던졌다.
전통시대에는 예술인들의 지위는 기능인에 머물럿고 그들이 생존하는 길은 돈 주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드는 것 밖에 없었다. 이런 풍토에서 정말 자신의 재주로 무언가 표현하고 싶었던 생각을 가진 카바라조는 몇가지 시도를 했다. 우선 작품의 모델을 변화시켰다. 고귀한 존재여야 한다는 통념에 과감히 도전해서 천민들까지 작품속에 남겼는데 때로는 자기 자신도 작품에 들어갔다. 또 교회가 원하는 전형적인 성화를 그리기를 거부한다. 그가 남긴 작품에서 종교적 성인들은 때로는 대머리 늙은이이고 글도 제대로 못 썼으며 의심이 너무나 많아 주체하기 힘든 존재로 나온다.
이렇게 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시대와 불화가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살인에 의한 도망자 신세로 39세라는 짧은 나이에 죽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에게 물음을 준다.

마네의 도전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올랭피아, 풀밭위의 식사 등에 나온 적나라한 여체의 모습은 당대의
부르조아 사회가 가졌던 외면적 근엄함을 정면 공격하는 도구였다. 논란에 휩싸이자 사실 여체의 등장은
단지 색채 표현의 한 수단일 뿐이라고 넌지시 피해가기도 하지만 시도는 결코 중지되지 않았다.
여기 소개된 그림 중에 막시밀리앙의 처형이라는 내용을 다시 보니 살해하는 주체는 멕시코 군대가 아니라 당시 프랑스의 독재자 나폴레옹 3세로 표현된다.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던 시절 무척이나 강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그림들이다 보면 충분히 위험한 그림이라고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도덕적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며 아직 판단력 부족한 청소년들을 오염시키는 그런 위험한 존재들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가야 할 것이 문화적 다양성을 극도로 파괴한 집단이 바로 기독교라는 점이다.
이집트,그리스 등 고대 미술품의 최대 파괴자가 바로 열렬한 기독교였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왜냐하면 바그다드에 폭탄을 퍼붓는 부시야 말로 가장 경건한 기독교 지도자로 불리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건 자신과 다른 존재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논의를 나눌 때 위험한
미술 보다 생각이 다름, 독특함이 발견될 것이고 점차 나와 다르지만 존중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날 것이다.

절대 가치를 가진 사회보다는 다양한 사회가 창조적 예술품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되살리며
위험한 미술에 대한 탐구를 권한다.

하나 덧붙이면 히틀러 시절 괴벨스가 좋다고 사들인 작품을 히틀러의 비판 한마디에 비독일적이라고
매도하는 장면은 일종의 소극이다. 미술학교 떨어진 사람의 퉁명스러운 말 하나가 그렇게 큰 파급 효과를
낳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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