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한진해운,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운송왕국을 만들어간 조중건 부회장의 일대기이다.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쭉 늘어놓는 스타일인데 자신의 관점 위주로 늘어놓았다고 생각된다.기업의 배경을 아는데는 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가장 좋다.그런 관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기업을 손수 만들어낸 조부회장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은 의미는 있었다. 반면 글솜씨나 화제의 제한됨 등은 상대적으로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박태준,박철언의 자서전에비해 책의 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별점 또한 자서전 자체로는 3개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고민했으니까.대한항공 그룹의 발전 과정에는 몇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었는데 그 핵심에는 미군과의 깊은 관계가있었다. 조부회장이 장교로 입대해서 미국 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영어실력과 함께미국 사람 특히 군인들과 편하게 비즈니스 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덕분에 주한미군의 운송업무를 맡아서 기업을 키웠는데 이때 신용을 매우 중시했다고 한다.미국의 비즈니스가 일단 믿되 한번 그 신용을 악용하면 가차없이 처벌하는데 이를 잘 이해한 것이다.트럭운전사가 빼돌린 미군복을 웃돈 붙여서 되사가지고 돌려준 점이 당시의 유명한 일화다.번 돈으로 한남동에 파티장 만들어 놓고 전역자들까지 꾸준히 대접한 점은 사람을 자산으로 본 것이다.갑자기 이 대목에서 내 머리에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나는 건 실례인가?어쨌든 비즈니스는 이어진다. 특히 전쟁이 계속되면. 70년대 한국경제의 숨통을 틔인 것은 역시 베트남 전쟁이다. 당시 한국군의 파견과 더불어베트남을 달려가서 미국이 어려워하던 하역작업을 맡아 일사천리로 수행한 것은 과거 본인의군인으로서의 경험, 사업가로서의 안목, 빨리빨리라는 신속성과 더불어 굶주리니 무엇이라도못할까 하는 헝그리정신이 모두 합쳐진 대사업이었다.베트콩과 혼동될까봐 월남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고 본국에서 데려오려고 하니 너무 많은 비용이드는 하역작업을 턴키로 맡았고 내륙운송까지 처리한다.베트콩들의 총알 세례에 사람을 잃자 아예 총을 지급하고 상대가 쏘면 나도 쏘라고 했다는운영방식은 조정래의 아리랑에 잘 묘사된다. 조정래, 조중건 두 사람의 관점을 대비시켜서읽어보면 참 재미있는데 한쪽은 아이디어 내고 돈을 쓸어가는 최고 경영자, 다른 한쪽은 목숨을 걸고 직접 뛰어야 하는 민초로 서로 너무나 대비된다.어쨌든 이렇게 위험하고 큰 비즈니스를 수의계약으로 즉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 수완이다.어느 나라든 수의계약은 막대한 특혜로 간주되어 감사가 따르게 마련인데 전시의 보급은장병의 소중한 목숨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강조해서 어떻게든 따낼 수 있었다고 한다.이 수송을 담당하기 위해 한국에서 관련 장비를 끌고 가는 장면은 후일 율산이나 현대가 보여준 기발하고 대담한 아이디어와 큰 차이가 없다.하여튼 한국사람은 몰리면 무언가 짜내는 저력은 있는 것 같다.여기까지는 재미있게 읽은 사업가의 성공담이고조부회장 비즈니스의 어두운 점, 아쉬운 점이 거의 담기지 않아서 책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부하 직원을 칭찬하는 모습도 잘 안보이고 회사 전체의 먼 비전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도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이나 현대의 창업자 이야기를 읽는 것하고는 역시 격이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화물운송의 탑 클래스를 차지하는 훌륭한 회사다.아쉬운 점은 위아래의 균형이 덜 잡힌 군사적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그러한 면이 최고경영자에게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 같아 보였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