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91 - 로산진의 오차즈케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가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가?
이 질문에 당당히 살기 위해 먹는다가 답을 해왔다. 
하지만 때로는 먹는 것도 살아가는데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농업혁명 전에는 먹는다는 것이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함께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한다던가 한솥밥 먹는다는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보다 훨씬 강한 생존을 위한 운명공동체였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오늘날 예전의 느낌을 고스란히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함께 먹는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혼자 먹는 사람, 매번 똑 같은 것을 먹는 사람, 똑 같은 사람과 먹는 사람 등은 아무래도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지로는 다른 재주는 없지만 먹거리에 조예가 많다.
신문기자라는 직업 답게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는데 이들이 다시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끌고 온다. 이 때 지로는 음식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가지고 고민을 풀어나간다.
음식을 통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이런 주제를 담았다고 주장하면 거창할까?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를 알려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호모 먹쇠라고나 할까 인간의 식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기울이는 노력은
다양하다.
일식을 기본으로 해서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글을 쓰는 스토리 작가가 호주에서 활동하는 관계로 호주 왕복이 잦은 편이지만
가끔은 스페인,이탈리아 등으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비행기 값이 비싸서 자주는 안가는 것 같다.

원래 일식은 재료를 중시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원래 대로 만드는 재료가 별로 없다.
대표적인 요리인 회와 초밥이 잘 보면 생선을 거의 그대로 올려 놓는 셈이다.
따라서 신선함 내지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원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잘 드러내려고 한다.
그런데 생선 양식과정에서 각종 화학 약품 넣는 것은 일반적이다.
말라가이트 파문이 막 지나갔지만 일본도 여기에 대해서는 고민이라고 한다.

또 닭은 한곳에 모아서 관리하는 브로일러인데 이 때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투입된다고 한다.
덕분에 먹는 사람까지 겨울에 감기를 덜 걸리게 할 정도라고 하니 겁이 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당연시 했던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게 이 책 곳곳에 나타난다.

요리를 만드는 기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고기를 구울 때 육즙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흘려버릴 것인가에 따라
철판, 석쇠, 꼬치 등 다양한 고민을 한다. 하나 하나의 과정에 세세한 연구가 녹아 들어가 있다.
읽다 보면 일본의 장인문화가 다양한 곳에서 발현 되고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고로 한국의 부품산업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큰 이유가 하나에 매달려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는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라 늘 생각한다. 음식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직업에 목숨을 걸고
평생을 매진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렇게 예술로 비유할 수 있는 요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