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人의 황혼 - 신격호 王朝의 내막
정순태 지음 / 조갑제닷컴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롯데 신격호 회장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다.

공과 과에 대해서 두루 다뤘다.

홀로 일본에 넘어가 사업을 일으켜 과자 1위에서 부동산재벌(한일 합쳐 700만평),

다시 한국에 50억불 투자로 대 사업을 일으킨 스토리는 장대하다.

그럼에도 신격호 개인과 일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극히 적다.

롯데를 다룬 책이 거의 없는 것도 그런 연유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초판은 98년 IMF 초입에 나왔는데, 국내 재벌들이 부채를 못 이겨 무너지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운영을 하던 롯데가 자연스럽게 부각되던 시기다.

하지만 롯데에서는 아주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이후 절판되었다가 2015년 롯데 왕자의 난을 계기로 재출간되었다.

책의 말미에는 전설적 인터뷰어 조갑제의 신격호 인터뷰가 첨부되었다.

읽어 보니 정말 밋밋한 인터뷰다. 이렇게 찔러봐도 심쿵한 답변일 뿐..

너무 건조한 인터뷰다.

인터뷰의 달인 조갑제도 민망했는지 기업인이지만 자화자찬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겸손한 리더라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책의 장점은 몇 가지가 있었다.

롯데의 성공에는 두 번의 흐름을 잘 탔다는 데 있다.

한번은 일본에서 전후 부흥, 또 한번은 한국의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와 잘 부합한 점이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마치 역기 같은 형태를 만들어 잘 경영하였다.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 빌려 한국에서는 손해 안보는 사업을 한다.

특히 부동산.

롯데가 한국의 과자를 키운 건 맞지만 신사업을 잘 벌여 기술자를 양성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충성하면 오래 갈 수 있지만 배신하면 팽이다라는 단순한 인사정책은 도전적 의욕을 가진 이들의 기를 꺽었다.

대표적인 피해자가 최동원이다. 노조 만드는데 앞장섰다가 단번에 팽당해 결국 50대 초반에 죽음을 맞은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일반직원들의 급여도 매우 작고, 그 결과 성취의욕은 별로 없다.

왜 이럴까? 삼성과는 뭐가 차이날까?

삼성의 이병철 회장을 존경했다고 하지만 롯데 신회장은 그런 면에서 의욕을 발휘한 적은 없다.

이병철 회장을 존경한 이유로 선견지명을 들었는데 신회장에게서 기술 산업에 도전은 강하지 않았다. 그게 롯데맨과 삼성맨의 차이인데 각기 수십만명이 휘하에 달려 있다보니 차이가 매우 엄중하다.


저자의 서술은 풍부하고 냉정하고 더해서 통찰이 있었다.

신격호의 삶을 장보고와 비유한 대목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장보고의 신라방처럼 바다를 오가며 큰 사업을 벌였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장점과 단점이 극으로 갈리지만 큰 일을 해냈고 그 여파가 오래 가게 되는 거인 신격호,

그의 황혼에 한국의 경제가 큰 영향 받는다는 점은 행운일까 불운일까?


나쁘게 보려면 한정없이 나쁜면만을 볼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 주변에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안간다는 사람이 수두룩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존해가는데는 새로운 모델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방법으로 세계화는 필요하고, 일본의 돈, 한국의 노력, 중국 시장이 결합된 모델을 나름 실현한 롯데의 경영 성취는 분명 분석할 가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오랜 원고를 다시 살려 책을 만들어낸 저자의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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