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나라 - 갑을관계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배해왔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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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이 천만을 넘었다.

빠른 템포의 전개, 호쾌한 액션, 권선징악의 주제. 
한편의 오락으로 꽤 괜찮은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성도 훌륭하냐 묻는다면 그건 물음표다.
차라리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더 훌륭하지 않냐고 반문하고 싶다. 하지만 그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 영화가 한반도에서 천만을 넘어갔다는 건 국민 다수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인정해야 한다.
영화에는 현실도 보이고 비현실도 보인다.
주인공이 아무리 맞아도 절대로 죽지 않는 건 비현실이다. 한편의 끝까지 주인공은 쉽게 죽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의 곳곳에는 현실이 담겨 있다.
어디서 본듯한 뉴스들이 나타난다.
항의하는 사람을 패고 돈으로 뿌려준 재벌의 모습. 
돈앞에서 굽신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다단계 하도급에 짓눌린 말단 트럭운전사 등.
현실을 녹였기에 영화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권선징악의 액션을 등장시켰기에 짓눌린 감정의 해소 역할을 해낸다.
현실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한 것이 영화다.

이 대목에서 잠시 한국과 미국의 영화 주인공을 비교해보았다.
한국에는 미국에 많은 OO맨이 없다.
슈퍼맨,스파이더맨,배트맨.
뉴욕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초능력을 가진 구원자는 한국에 잘 없다.
아마도 기독교가 가진 메시아라는 존재가 영화적으로 투영된 것이 소위 OO맨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한 인물은 차라리 <다이하드>의 시골경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통 시골경찰, 사회의 승자는 아닌 그런 존재가 구원자가 되는 설정 이것이 더 새롭다.

그럼 정말 말단경찰은 사회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절대로 절대로 없다.
그러니까 영화지라는 지적 당연히 나온다. 그게 맞다.

사회의 문제를 현실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리얼리즘이라고 하고, OO맨을 등장시켜 해결하는 건 초현실주의라고 한다면, 
말단경찰이 주인공인 건 어떠한 시츄에이션일까?
문제는 존재하지고 해법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방법은 없는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많은 상황아닐까?

영화는 영화지만, 영화의 배경은 한국사회다.
작품성으로는 물음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천만을 넘은 것과 포개지는 뉴스가 더 있다.
바로 땅콩회항이다.
영화가 통상 2년 정도는 기획과 제작이 걸리는데 이 영화를 처음 만들려고 했을 때 땅콩이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참 운도 좋다.
길게 보면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 트렌드에는 바로 강준만의 작품, <갑과을의 나라>가 있다.
갑이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에 대해 분노를 잃지 말 것을 요구하는 자가 강준만이다.

영화는 잠시 우리의 감정을 위로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게 마련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현실에 돌아와서 차분히 한걸음 한걸음 힘든 싸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진정한 진보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경찰의 주먹질 몇 번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공감은 위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

멘토들이 우르르 솟았다가 사라져버린 시대가 그렇다.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만들려면 과감함에 더해서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문제해결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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