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화 -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2015년 7월 현재 롯데그룹 왕자의 난을 보면서 일본식 경영과 한국식 경영의 차이를 떠올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아버지를 밀어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의에 대해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낯설게 느껴진다.

일본은 가깝고도 알기 어려운 나라다.

그런 일본을 아는데 이 책은 내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일본을 이해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문화상품인 드라마와 만화다.

나로서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미묘한 일본적인 행태가 눈에 들어왔다. 

이사회에 의한 사장의 해임. 일종의 쿠데타다.

가깝게 <시마사장>을 보면 말년에 쿠데타 시도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

일본에는 한국과는 다른 몇 가지 개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렌이다. 깃발을 의미하는 이 말은 가게의 프라이드를 표시하는 의미다.

노렌이라는 가치를 만들었기에 이를 물려주는 일은 제법 큰 일이 된다. 뚝딱 나눠줄 수 없으니 외부에서 맞아오기 위해 데릴사위,양자 등 의제적 인간관계가 개발된다.

또 하나 독특한 개념은 은퇴다. 큰 실수를 하거나 한계를 맞거나 책임을 져야 할 때 은퇴를 선택한다. 머리를 깍으면 더 이상 죄를 추궁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규칙이 있다. 

전국시대의 일화를 보면 오다 노부나가나 히데요시에게 맞섰던 영주들이 머리 깍고 산을 헤메다가 다도의 명인이 되어 다회에 나타나 용서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또 일본의 작품들을 보면 직원들의 인사에 반응하여 리더도 인사하는 경우가 많다.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고 가독이라는 리더는 그만큼의 의무를 지는 개념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아랫사람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리더에게 책임을 묻는 이사회의 쿠데타 같은 행위가 허용된다.


데릴사위나 은퇴 이 모두들 하나의 목적 즉 노렌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도구다.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사주라는 현대적 의미의 지분 구조도 그렇다.


저자의 <풍수화> 책에 따르면 일본은 1400년 전 백제 땅에서 벌어진 백강 전투의 패전에 의해 상당한 백제 지배계급이 넘어가서 국가구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백제의 유물은 한국에는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일본에는 상당수 있다. 정창원에 있는 바둑판의 경우 화려함에 극치를 달한다.

백제의 문화는 신라와 고구려와는 달리 상당히 상업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소수 지주에 의한 예술의 극치. 후일 고려청자에서 나타나는 미학과도 같다.

상업사회와 산간위주의 소지주들의 경쟁은 성격이 다르다.

상업사회의 특징 하나는 거래관계다.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이다.

위도 아래도, 상대방과 나도.

나에게도 일본에서 공부한 분과의 경험이 있다. 내가 대접을 한다고 생각했더니 그 분도 나중에 똑같은 것을 사와서 나를 대접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할인을 해서.. 나로서는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이러한 상호성은 상업사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관계가 가치로 측정되고 거래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현대사회의 기업에서도 이런 문화유산은 많이 반영되어 있다.

기업이 과거의 다이묘가 지배하는 일국이라면, 회장,사장이라는 자리도 지배자가 아니라 가독이라는 양치기떼의 목자의 역할에 더 가깝게 여겨질 수 있다.

불합리한 것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반발할 수 있는 힘도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시마과장에서 시마사장까지 일본만화의 기업이 떠오른다.

만화에서 여유가지고 보던 일들이 지금 당장 눈앞에 벌어지닌 놀라움과 흥미가 동시에 나타난다.


한 가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 것은 이미 다국적화된 기업의 이해를 위해 역사,문화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롯데라는 기업은 걸작품이다. 나는 롯데월드타워를 가보면 늘 감탄을 하게 된다. 

서구적인 문화의 카피라고도 할 수 있다. 롯데본점 정원옥상을 가보면 모습을 드러내는 샤롯데 상. 괴테의 소설 주인공의 모습이다.

청년 신격호는 정말 예민한 감수성을 가졌던 인물일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그만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 그가 기울인 노력은 엄청난 것이리라. 서구라는 상징의 선택 또한 전략적이었다고 본다.

도쿄를 보면서 웃음을 가지게 되는 대목은 에펠탑과 자유의여신상의 짝퉁, 디즈니랜드가 수도 도쿄에 다 몰려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미국의 가치를 고대로 놓고도 참 좋다고 하는 것이 일본인의 서구숭배 마인드다.

롯데 또한 그런 점을 노리지 않았을까?


한국에서의 사업 또한 경이적이었다.

길게 이야기하면 끝도 없는 이야기지만 롯데에게는 배울점이 많다.

그리고 그의 한국롯데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 노력의 작품이다.


이 기업은 공적인 물건인 것이다.

그리고 롯데라는 이름은 하나의 <노렌>이다.


이번 경영난이 지나가더라도 다음은 무엇일까?

롯데의 3세들은 일본국적이다.

문화의 갈등과 가치의 존속은 잘 이어져야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될런지는 아직 모른다.


다시 강조하건데 기업은 공물이고 가독은 책무를 다해야 한다.

롯데가 일본경영의 긍정적인 면과 한국인의 장점과 기여도가 잘 조화가 되는 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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