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제주사 - 지방사, 역사 읽기의 새로운 시도
이영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는 큰 것과 작은 것을 두루 다룬다.

국사가 큰 것이라면 제주사는 작은 것일까?

이 책은 내게 전혀 새로운 사실들을 여럿 전해주었다.

대표적으로 제주도의 밤섬이 목호(몽골 목동) 최후의 항쟁지였다는 것,

삼별초의 난이 단 3일에 진압되었지만 목호의 난은 최영장군이라는 걸출한 장군이 지휘하고 2만5천의 대군을 동원해서도 1달여가 소요되었다는 것.

등등..

제주도 사람들에게 고려,삼별초,몽고 모두 낯설었지만 그나마 도움을 준 집단은 몽고라고 한다.


그런 몽고가 남긴 거대한 불상을 명이 요구해서 수만필의 말과 함께 공손히 명에게 바치는 일이 공민왕와 조선초 왕들의 큰 과제였다.

명은 지금 우리가 임진왜란의 구원자로 재조지은의 주체로 표현한다.

여말선초의 명은 신생국이라 경계를 어디까지 둘지 몰랐고 베트남의 경우 약 80만의 군대를 동원해서 철저히 짓밟았다. 

그런 운명을 당하지 않으려고 현명한 선택을 하려 고민했던 지도자들의 고민의 흔적은 몽고의 속령이었던 제주에는 반대로 가혹한 조치들로 다가온다.


저자 이영권은 이 대목에서 유용한 표현을 해주었다.


"간혹 국사교과서에 지방 이야기가 등장해도 그것이 지방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단지 중앙 중심의 국사를 보완하기 위해 동원도니 소품에 불과 할 뿐입니다. 국가 이데올로기,지배층의 입장에서 벗어난 지방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당초 등장할 수가 없습니다.

역사는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죽는 겁니다. 국가라는 허우대는 있는데 속살은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목호와 불상 이야기를 가까운 선배에게 했는데 전혀 처음 듣는다고 신기해했다.

고려시대 제주 사람들에게는 현대의 4.3 수준의 폭압이 오가는 절박함을 서울의 모씨들은 전혀 알길이 없었다.

그런 입장에서 제주도의 겉모습을 휙 둘러보는 관광객은 늘어간다.

하지만 역사는 묘하게 흔적을 남긴다. 아니 치열하게 산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자취가 남아 깊게 패여져 있게 된다.


제주도의 말,돼지고기,오름이라는 명칭 등 여러곳에서 우리는 역사의 흔적을 본다.


향토사,지방사라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저자의 이 작품은 감탄할만했다.

국가라는 위에서 내려오는 이데올로기 중심의 역사가 아닌 자신 주변의 구체적인 삶을 다루는 지방사라는 시도가 매우 유용했다.

참고로 내게 <국립제주박물관>은 정말 밋밋했다. 내가 최소 2시간을 잡아 살피겠다고 했더니 제주의 지인이 1시간 이내에 나올 수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약속을 잡아보자고 했다.

결론은 지인이 옳았다. 

매우 독특함을 담았지만 해설이 너무 소략했다.


반면 이 책과 같이 제주사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담겨진 책은 정말 시야를 넓혀주었다.


저자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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