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 몽골 제국과 고려 1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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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와 고려의 관계는 나쁨과 좋음의 극단을 오갔다.

수십년의 항쟁 속에서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에 혈육과 혈맹이 된다.
충렬왕이 몽고 공주 그것도 쿠빌라이의 딸과 결혼해서 혈육이 되었다. 원제국의 연회 서열에서도 7위를 차지했다. 
혈육과 함께 중요한 관계는 혈맹이다.
고려는 몽고의 일본원정에 동참해서 군대를 파견하고 병참을 부담했다.
그 덕분에 고려장군 김방경은 쿠빌라이에게서 금패를 받고 연회석상에서 3위에 위치했다고 한다. 놀라운 대접이다. 지금도 중국에서 세계 사절을 모아서 잔치한다면 한국의 대통령이나 참모총장이 그런 대접을 받을까?
무인정권에 의해 존망의 위기에 놓였던 고려왕실은 이렇게 변신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다.
힘에 부치는 저항을 하기 보다는 협력자로 자신을 변모한 것이다.
이 과정은 꼭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몽고 공주를 모시느라 치르는 비용도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들이 있었다.
몽고는 더 이상 일방적인 약탈만을 하지 않았다.
땅을 빼앗아 둔전을 만들기는 해도 거기에 필요한 소를 사는데 비단을 지불한다.
충렬왕의 간청 사항 중에
몽고군이 데리고 살던 여자들을 놔두고 가달라는 청원은 갸냘폈다. 하지만 이를 쿠빌라이의 끄덕임 하나로 승인함에 따라 한반도의 민초들의 운명은 바뀌었다.

이 책은 내게 남한산성을 읽는 것과 대비되었다.
살기 위해서 치욕의 길을 따라가야만 하는 것, 그것을 운명으로 인정하면서 하나 하나 곱씹으며 자신의 머리를 조아려야 하던 임금.
그 원조의 길이 고려시대 말의 원종,충렬왕,충선왕으로 이어지는 왕들의 고민이었다.

주변에 세계제국이 탄생하고 쇠퇴할 때마다 한반도의 운명은 바뀐다.
당나라가 흥하면서 고구려가 망하고 다시 당이 망하면서 신라도 망해버린다.
몽고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고려가 재편되고, 몽고의 몰락은 곧 고려의 쇠망이 된다.
독립된 세력으로 자위하다가 제국의 변방이 되었다가 다시 갈등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고려의 운명은 아마 한반도에서 후일 여러번 반복되는 현상이 된다.

여전히 제주도에는 몽고의 흔적이 많다.
올레길의 단골명소인 오름이라는 말이 곧 몽골말이라고 한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중국 펀드 열풍의 앞자락에 <요우커 천만시대,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책이 있었다.
요우커의 흥기와 과거 원제국의 흥기는 꼭 다르게 보아야할까?
한국의 중후장대 산업에 이어 전자산업도 비실대고 있다. 내 주변에도 벌써 여럿이 샤오미의 소형아이디어전자제품에 감탄사를 날린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그들은 거인이 되어 우리의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려말의 지도자들은 우매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뒤집기 한판에 성공했고 그 속에서 가능한 한 넓은 자리를 차지한 솜씨있는 정객들이었다.
오히려 조선말, 1800년 이후의 지도자들에 비하면 훨씬 점수를 줄 만한 활약을 보인다. 아니 남한산성의 주인공들인 인조 보다도 훨씬 낫다.

이러한 역사 읽기가 지금 경제전쟁과 일본부활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잡아나가야 하는 한국의 리더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작가의 꼼꼼한 역사서술에 여러번 감탄을 했다. 이런 책이 많이 팔려야 할 터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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