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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헤세가 화가인가?
작가의 그림을 보는 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보았다.
무척 좋았다.
헤세가 한때 자살충동을 느꼈고 시도까지 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덕분에 탄생한 작품이 <수레바퀴 밑>이다.
입시지옥에서 고민하던 많은 청춘을 위로하던 명작이다.
헤세의 신학교나 한국의 고교시절이나 매 한가지였다.
섬세한 정신의 문학지망생이 엄격한 윤리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가정에서 어떤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그리고 그 고통은 거기서만 멈추었을까?
아니다.
문학도로 성공했지만 전쟁반대,아내의 정신병,아들의 병 등 불행이 한꺼번에 쏟아진 헤세에게 병은 재발하였다.
이때 탈출구는 심리학자 융이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좋았고, 융의 말에 의하면 <치유받은 치유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처를 어루 만지고 보듬고 올라선 사람만이 남을 치유할 수 있다.
그 치유의 과정에서 수단의 하나로 선택한 것이 바로 그림 그리기라고 한다.
작가와 그림.
이제 좀 연결이 된다.
처칠도 그림 그리는 작가였다.
고흐는 그림도 잘 그렸지만 동생 테오와의 편지글도 무척 훌륭했다.
헤세는?
여기 나온 그림들도 제법 훌륭했다.
그리고 헤세의 고향, 살던 곳들, 박물관 등등을 모아다가 영상으로 처리하여 우리 눈앞에 보여주니 헤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아니 한 작품이라도 즐거이 읽었다면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전시장에 소개된 헤세의 명언들 몇가지만 소개하련다.
"사람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될 수 없을 때만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알게 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의 공간, 즉 노년의 앞마당에 들어가기 위해
이 단계에서 우리가 지녀야 하는 마음자세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열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영원한 것에 대해 평온하게 경외심을 갖는 것입니다.
내게 운명은 친절하지가 않고 인생은 변덕스럽고 냉혹하였다"
좋은 문장은 오랜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오래가는 울림을 준다.
상처나 노년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가 뜨는 것과 매한가지 느낌을 주었다.
융,심리학,상처,치유,그림.
여러 단어들이 연달아 꿰어진다.
그 청춘의 시절, 고민도 컸지만 맞서려는 용기도 컸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 시간이었다.
젊은날 열심히 읽고 추억으로 남겼지만 꽤 오랜시간 가까이 하지 않았던 헤세의 책들을 다시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