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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말 모음집이다.
시간적으로 근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기저기서 만들었던 말들의 모음이다.
그래서 약간 시간적 공간적 어긋남이 보인다.
김영하는 독특하다.
그 연유 하나는 그의 삶의 뿌리가 얕았다는 점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서 전국 각지를 잠깐식 살다가 옮겨다녀야했다.
초등학교도 6번 옮겼다니 그에게서 친구란 깊이가는 사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친구에 대해서 무게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글에 나온다.
친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학의 전공, 사회적 삶 모두 그로서는 낯설게 하기가 많았다.
ROTC를 그만두니 아버지가 말리면서 정말 딱 하나의 소원이다라고 들어달라고 했지만 거부한다. 대학원까지 다니고서도 귀를 뚫어서 소위 말하는 정상적(?) 삶인 취업과 사회생활을 거부한다.
이런 식의 낯설게 하기는 여행으로 이어지고 작가가 되어 유명세를 타고서는 아예 해외로 나가는 삶으로 뻗어간다.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을 모국어를 낯설게 하기라고 한다.
낯설음은 가족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 고양이는 키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다시 보게 한다고 한다.
곳곳에 문학의 기능, 문학이 사회에 주는 가치에 대해 매우 독특한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김영하가 최근 가장 많이 느낀 점을 무엇일까?
부자갈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세대간의 전쟁이라고 한다.
김영하 소설의 독자들인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생으로 등장하고 이들의 고단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한세대가 이렇게 희망없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김영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한국에 와서 가장 낯설었던 장면이 대학가 주변의 원룸주인들이 대학와서 데모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기숙사 짓지 말라고, 수입 줄어드니..
그래서 작가는 꿈에 도전하겠다는 청춘들에게 쉽게 잘해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적어도 문학은 인간의 존엄함이라는 위로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보봐리 부인도 안나 카레리나도 자살로 마감하고 김영하가 직접 번역한 개츠비도 참 우연히 부질없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렇다고 그 삶 자체가 의미 없는 건 아니라고 한다.
문학은 적어도 우리에게 몰락하는 인간들의 덧없다고만 깔아뭉개지 않는다. 그들의 추락을 보는 우리에게 최소한 위안은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제공한다고 한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라는 삶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도 존중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등의 물음으로 이어지면서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자기 안에서 발견하게 해준다면 문학은 꽤 큰 역할을 한 것 아닌가 등으로 말이 이어진다.
김영하의 이러한 질문에서 나는 김훈의 최근작 <영자>와의 연결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에 작가들의 감수성은 닿아 있다.
먼 훗날 한국사회의 몰락을 이야기한다면 아마 이 시대 청년들의 아픔을 외면한 장년들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을 언급할 것이다.
우리가 한말의 역사를 보면서 고종과 민비,대원군이 벌이는 소극이 비극이 되는 걸 보았듯이 말이다.
그의 문제의식의 뿌리가 2007년 작품 <퀴즈쇼>에서 시작되었던 걸 생각해보면 오늘 작가가 느끼는 심각함은 한층 더 해지기만 했다.
과연 김영하는 이 문제를 문학으로 또 풀어낼 것인가?
궁금증이 더해진다.
하지만 문학이 아니더라도 현실은 이미 충분히 비극으로 보여지지 않는가?
김훈의 영자를 읽고 느끼고 또 답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는 후대의 역사에서 고종 수준의 인물로 기록되는 걸 면하지 못 할 것 같다.
뚱뚱한 바보가 왕조를 망친다. 단지 혈통만 좋다는 이유로 윗자리를 차지하는 바보들 말이다.
문학의 의미,역할에 대해서 한층 높은 이해를 만들어 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