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기행 학고재 산문선 6
시바 료타로 / 학고재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시바 료타로가 1985년 2번에 걸쳐 제주도를 방문하고 감상을 기록한 책이다.

시바의 관심은 고문헌에서 시작된다.


제주의 옛이름인 탐라의 "라"는 나라를 뜻한다고 한다.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서의 탐라는 <일본서기>에 26번 등장한다고 한다.

필리핀,대만,오키나와를 거쳐 일본열도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의 중간에서 제주도의 역할은 늘 컸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하멜 등 다양한 표류객들이 역사에 나오는데 상당수는 제주도에 표착한다.


제주도와 연관된 또 하나의 인물은 서복이다.

서귀폴가는 말 자체가 서복이 돌아간 곳이라고 한다.

한라산이 품고 있는 다양한 식물적 생태계가 아마도 서복에게는 귀한 약재 특히 불로초를 구함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지역이었을 수 있다.

참고로 서복의 행로는 일본 큐슈까지 갔다는 설도 있다.


이렇게 제주는 동과 서가 만나는 길목이었다.


시바는 언어학 전공자 답게 제주 다운 특징에 대한 관심이 많다.

첫번째 여행에서 아쉬움을 갖고 다시 방문하는데 주 목적이 해녀와 무녀였다.

해녀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고 한다.

산업으로서 규모를 살펴보면 해방전에 3만명이었는데 일본이 7천명이었으니 대부분 제주해녀였다고 한다.

그 해녀들이 일본제국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물질을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고문헌이 다시 등장한다.

905년에 만들어진 율령집에 탐라전복이라는 물건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통해 급속히 시바의 상상이 만들어진다.


"아무튼 천수백년 전의 일이다. 옛날 옛적에도 탐라의 해녀들이 일본에 와서 작업을 하였고, 그들 중 얼만가는 일본인이 되어, 우리 선조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탐라에 와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까닭이, 바로 그런데 있는 것은 아닐는지"


시바는 역사소설가 답게 

작은 꼬투리 하나로도 먼 옛날의 삶을 거대하게 키워 그려내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전복죽 하나를 먹다가도 과거와 미래는 이어진다.

문화는 오래가는 것이고 오늘 내가 즐기는 한가지라도 뿌리에 가보면 먼 옜날부터 내려오는 유전적인 요소가 깊게 박혀 있다.


시바를 넓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역사다.

방대한 문헌의 섭렵을 통해 여러 각도로 삶을 조망한다.

한반도만 해도 일본서기와 중국의 오랜기록들을 낱낱이 훑어서 세밀히 살핀다.


시간적인 깊이 말고도 그의 시야는 넓게 퍼져 아시아를 골고루 다룬다.

특히 그의 주 관심사는 하나로서의 아시아다.


언어에 대한 관심과 이어서 설명해보면..

몽골,한국,일본은 현존하는 우랄알타이어의 뿌리를 공유한다고 한다.

그러니 세 나라가 서로 공통점을 찾아 협력하고 살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기대가 말미에 나온다.


시바는 성장하면서 일본제국이라는 거대한 권력체 속에서 한국과 중국이 일본이 만든 체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붕괴되는 것 까지도..

하나의 아시아를 만들었을 때의 혜택, 리더로서의 일본이라는 이상에서 성장했던 영향을 뿌리치지는 못하고 있다.

전쟁이 부정되고 평화가 강조되던 시대에서 료마와 같은 새로운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어낸 시바이지만 그의 사상 밑바탕에는 늘 하나의 아시아의 이상이 깔려있다.


과거 역사에 충격을 주었던 역사 이론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본의 기마민족 도래설이다. 

멀리 몽골평원과 일본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실타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조상 뿌리 찾기 사랑은 한국과는 유가 다르다.

가야의 뿌리인 고령이나 백제 등에 일본관광객이 심심찮게 찾아오는 것도 그런 연유다.


시바의 이 책도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어제와 오늘, 몽골에서 한반도 다시 일본까지으 이어짐

그리고 서로간의 차이점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나라기행이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책도 탐라라는 지역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준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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