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생들이 괴물이다?

사뭇 도발적인 제목이다.

저자는 사회학 시간강사로 같은 문제의식을 오랫동안 탐구해서 박사논문을 만들었다. 이 책은 논문의 확장판이다.

 

저자의 질문은 대학생들은 과연 일방적인 피해자인가?

아니다 그들도 더 약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가해자 노릇을 한다.

낯설지만 꽤 이해는 가는 새로운 도전적 명제다.

 

그러니 너무 약하게 보고 멘토 노릇하거나 위로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의 상태를 잘 보자는 저자의 의도가 명백하다.

 

사회학자 답게 사회적 분석을 시도한다.

IMF이후 대학은 경영학이 주도하게 되고, 학생들은 자기계발 최면에 빠졌다고 한다.

세상 살기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겁을 주고는 그렇지만 길은 있어 나를 따라와..

아마 학원 가면 엄마들이 듣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우리 아이 성적이 이렇게 밖에 하면서도 좀 지나면 대안을 준다.

막강한 스토리텔링 기법이고 학원을 소위 '공포산업"이라고 한다.

똑 같은 압박이 대학에서도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렌즈로 보면 사물이 단순하게 돈을 기준으로 서열화된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보다 나은 자에게는 비굴하고 못한 자에게는 강팍해진다.

 

한국이 IMF 이후 맞은 것은 저성장이다.

고성장 시기에는 꿈을 더 가져라고 나폴레옹이 표지로 박힌 책이 인기였다. 동아전과가 딱 그랬다. 저성장에서는 새로운 변화보다는 과거에 만든 것 지키기에 더 주력한다.

서열화는 그런 사회변화의 일환이다.

차별이 심한 사회로는 식민지 경험을 가진 미국 남부와 싱가폴을 들 수 있다.

가장 차별의식이 강한 이들은 레드넥(red-neck)이라고 가진 것 없는 백인들이다. 이들은 더 가진 것 없는 흑인에 대해서 자기가 가진 유일한 장점인 백인이라는 측면만 강하게 내세운다.

 

저자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보면, 저자는 강의시간에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의 항거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었다. 여기서 "왜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냐"는 차가운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게 바로 그에게 괴물이라는 인식을 학생들 위로 덮어씌우게 되었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저자를 약간 변호하자면 이 제목은 출판사 마케팅팀이 자극적으로 정했을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고 이들과 공감하려는 강사가 아무렴 제자들을 괴물이라고 호칭할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우리 사회도 위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아래와의 구별짓기를 통해서 자기 위치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레드넥 현상이 한국에서도 강화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대학을 서열화하고 이 속에서 <자기계발>이라는 과정에 잘 몰입하면 충분히 너는 무사할 수 있다라고 최면화시키는 부류들에 대해 비판한다.

 

학교가 제 몫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불굴의 노력을 강요하고 자신은 해냈다고 하지만 막상 별로 보편적일 수 없는 해법을 제시한다.

도서관에서 기적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생존모델은 결국 강의와 고액의 책쓰기 자문료일 따름이다.

무한 경쟁을 통해서 점점 더 빨리 뛰라고 외치는 호르라기 든 코치의 매서운 호령에 따라 계속 더 뛰어야 하나?

그 보다는 학교가 왜 존재할까? 학교에서도 배우지만 다시 학원 다니면서 토익 등 점수 올리려고 노력해야만 하는건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삐딱한 자세가 오히려 창의력 아닐까?

 

저자가 들었던 예 중에 좋은 대목이 하나 있다.

특별휴가 갔다 와서 부대원과 같이 먹게 먹을 것 싸오는 아름다운 관습이 점점 거대해져서 수십개의 피자 선물로 만들어졌다. 그날밤 분대장이 소집하더니 다 같이 이제 그만두자고 한다.

한국의 자소서는 자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도 않은 일을 한 척 하기에 몰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서류를 만들다 보니 도저히 그 나이에 할 수 없는 초인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학점 좋고, 어학도 연수가서 빵빵하고, 시험도 잘 치고, 다른 스펙도 좋은.

예전에 결혼 신부감 고르던 생각난다. 인물에 학력에 집안에 성격에 등등...

노영심이 그랬던가, 제발 정신 차리라고..

아마도 모두들 이제 성형 그만하고 민낯도 아름답다고 외칠 수는 없는 것일까?

토익 700(?)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그 이상 보지 않습니다라던가, 아니면 해외영업 직군만 토익 봅니다 등.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

 

한국이라는 사회가 지금 시험 받는 능력은 규칙을 효율과 가치에 따라 재정의 할 수 있는 힘이다.

어른들 또한 멘토질(약간 바꾸면 꼰대)하는 착한 시늉 내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힘을 모아 오래가고 모두에게 공정한 규칙과 제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맨날 한 척 시늉만 내는 거짓말을 점점 강요하게 될 따름이다.

괴물이라는 말은 심하지만 "척.." 하도록 강요되는 청년들만 모인 사회는 비극 자체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