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세트 - 전4권
야마자키 도요코 지음, 박재희 옮김 / 청조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드라마 닥터X를 보고 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의 실체와 암투를 그려내는 명작이다.

인기를 끌어 시리즈가 3번 이어서 나왔다.

윗사람이 한 마디하면 존의(말을 따르겠다)를 빨리,크게 반복하는 하얀 옷의 집단.

원장이 병원 순시하려고 치면 서열에 맞추어 줄줄이 따라나서는 모습이 다이묘의 행렬에 비유된다.

실제로 원장의 권력은 다이묘에 맞먹는다.

한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무한한 충성을 바쳐야만 가능하다.

권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의사가 말하기를 대학병원 수술실에는 돈이 넘친다고 한다.

생명의 위기에 몰린 환자가 기댈 곳은 의사다, 돈이 많은 환자의 경우는 특히 최대한 고급스러운 대접을 원한다. 수술전후에 주는 사례금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 돈의 배분을 관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권력이 솟아날 만 하다.

잉여생산물이 국왕을 탄생시켰다고 하는 어느 철학자의 언급을 다시 떠올려본다.

어쨌든 돈을 쫓다 보면 거꾸로 위험도 따른다. 바로 소송이다.

좀 아는 환자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소송을 하고 병원도 이를 알기에 최대한 방어책을 둔다.

이렇게 돈과 권력,소송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병원이라는 공간은 의사의 본업 보다는 정치싸움으로 변질된다.

본업은 무엇일까? 환자를 살려내는 일이다.

소송을 안 당하려면 모험을 줄여야 한다. 그렇다 보면 실패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명성은 높일 수 있지만 막상 정말 어려운 환자를 만났을 때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용기는 못 가지게 된다.

이 대목에서 이단아 하나가 나타난다. 프리랜서 의사 다이몬 미치코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독특한 존재다. 첫째 여자다. 둘 째 싸기자가 없다. 대학병원의 기본 질서에 맞춘 어떤 일도 수행하지 않는다. 의사면허가 필요 없는 모든 일은 거부한다.

권위를 가진 윗사람이 무거운 해석을 해도 여기에 대뜸 반기를 든다.

이런 왕싸가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매회 다시 주인공을 등장한다.
그녀의 배경을 잠시 설명하면..

쿠바에서 학위를 하고 전쟁과 재난 등 여러 현장을 경험한 그녀는 실패하지 않습니다라는 자신감으로 수 많은 난제에 도전하고 창의적 해법을 내놓는다.

다들 안된다고 설레설레 흔들 때 그녀는 기발한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돌파를 해나간다. 실력과 자신감은 대학병원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힘이다.


간단 요약하면

인간관계가 나빠도 생존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칠때마다 그를 불러들일 수 밖에 없는 진정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남에게 의해 대신 될 수 없는 정말 유니크한 실력만이 생존의 무기다.

의술은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다. 경험이 없을 때 사고 확률은 무지 높다. 그 사고의 끝은 바로 환자의 죽음이다. 이를 이겨내는 진정한 역량을 가져야 한다.


혼란기에 다들 어려워한다.

하지만 이럴수록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진정한 실력이 있는지?

다이몬 미치코를 통해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하얀거탑이다. 야마자키 도요코 바로 이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이 씌여진 연도는 1965-8년이다. 무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소설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영상으로 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는 그만큼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라마에는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주인공이 여자가 되었다. 그녀의 직업은 프리랜서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다를 반복한다.

하얀거탑의 반대편에 이단아가 나타난 것이다.

관계를 강조하는 일본식 성장의 시대는 지나간다.

거대한 일본 기업들이 몰락해가고 있다. 소니를 비롯해 한떄의 우상들이 지금 허걱대고 있다. 그 조직 속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 드라마에 나오는 형태의 "존의"가 반복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누군가 아니오 진짜 필요한 것은 관계가 아니라 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실력입니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드라마가 던진 메시지는 바로 그 대목에서 공감을 일으킨 것이다.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진짜 실력, 진정한 본업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담겨 있고 이것이 공감을 얻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다시 한번 위대한 문학의 여운을 짙게 느낀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건 그 사회의 문제가 고스란히 한국에서도 반복되고 있지 않을 까 하는 우울한 해석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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