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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값
김재준 지음 / 자음과모음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김재준님의 글은 처음 식도락과 관련된 책에서 발견하였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경영,경제,사회 측면을 두루 다루면서
음식문화를 폭 넓게 조망하였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책은 초기작으로 미술품 수집에 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미술시장의 구조와 흐름을 다양하게 짚어내었다.
작가들이 너무 고가로 부른다거나, 다작 활동이 미흡하다거나 하는 불만,
화상들이 사러 갈 때와 팔러 갈 때 자세가 180도 다르다는 불만 등이 나온다.
미술의 감상자에서 시장의 참여자로 변신하고 겪게 되는 수업료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어느 시장이든 초보 참여자에게 참여 비용지불을 요구한다.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 생존하려면 처음 알아보아주고 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가 잘 아는 대화가들 뿐 아니라 그만큼에 이르지 못한 많은 화가들도
모두들 이러한 후원자들을 만나면서 생존이 가능했다.
한국사회도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몇가지가 바뀔 것이다.
공연예술도 해외 유명 공연이 직접 오고 있고 음식 문화도 해외 요리들이
적극적으로 소개되어 간다 미술 시장 또한 일반 컬렉터의 활동이 많아질 것으로
작가는 예상한다.
돈이 많아서 컬렉팅 하는게 아니라 투자의 관점으로도 할 수 있다는 말도 신선하다.
덕분에 집에서 생활비를 쥐어짜면서 그림은 한방 가득히 모았다는 걸 보면 재미있다.
또 그림 사왔냐는 부인의 성화를 피해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참고로 저자는 원래부터 수준 높게 문화적 삶을 살아가려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유학생 시절 없는 돈을 모아 레스토랑 갔다가 와인 제대로 시킬 줄 몰라서 무시당했지만
금방 집중적인 와인 공부로 다시 가서는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경제학도 답게 넓은 관점으로 자기 경험을 주변에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