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여행 2 - 여행 종결자의 제주여행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 2
이상헌 지음 / 경향BP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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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다녀왔다.

숙소에서 바깥을 보면 해변의 파도가 해안의 돌들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멋있었다.

형태가 자유로운 제주의 해안을 끼고 만든 숙소는 수영장을 가지고 있었다.

수영장은 풍광은 가져오지만 소금물은 빠지고 더욱 중요한 안전이 보강된 공간이다.

이익은 늘리고, 위험은 최소화하는 인공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이 숙소의 수영장은 정말 정말 인기다.

차를 몰고 성산일출봉을 가보았다.

오랜 추억이 남아 있는 특이한 자연의 창조물은 지금도 수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입구에 쫙 늘어선 관광식당들이었다. 오랜 세월 버텨온 낡은 집들이 곳곳에 상점의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맛과 가격은 고만고만, 제주의 맛은 독특하지만 가격이 그리 얌전하지는 않은 그렇다고 분개할 정도는 아닌 제주의 관광식당이다.

다시 차를 돌려 섭지꼬지로 간다.

이곳의 휘닉스 아일랜드는 아주 인공적인 공간이다.

섭지꼬지의 커다란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들어선 듯한 인상을 준다.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많은 영감을 주는 명상센터인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련다.

그 중에서 딱 하나 프레임만 말해보자.

땅속을 내려가는 듯한 체험을 하다보면 벽에 뚫린 공간으로 일출봉을 본다.

자연을 다 볼 필요가 없고 제한된 공간을 살피면 충분하다는 타다오의 배려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좋다. 왜 일까?

바닷가의 수영장과 비슷한 이치다.

일출봉은 멋지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통적인 관광식당의 모습은 쿨하지 않다.

언젠가 알랭 드 보통이 써놓은 여행의 기술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관광지로 가다 보면 쓰레기통에 찌린내에 불친절한 사람들을 결국 만나게 되면서 환상이 깨진다는 말이다.

휘닉스 아일랜드라는 인공적인 건조물은 그런 면을 싹 빼버린다.

해안의 돌을 옮겨 만든 인공적인 산책로, 올레길 축소판 등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놓았다.

통유리 엘리베이터는 넉넉한 조망을 준다.

이국적 건축물들과 안도 타다오의 명성은 또 다른 포만감을 방문자에게 준다.

심지어 공간 활용도 효율적이다.

제주 사는 내 친구나 너의 나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일출봉을 오를 필요는 없다고 충고해준다. 나도 아직 그 나이는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나도 굳이 꼭대기로 오르려고는 하지 않았다.

휘닉스에 오면 아주 친절하게 카트,전기자전거와 함께 사람 실어날라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런걸 이용하면 순간이동으로 우리는 일출봉을 프레임을 통해 충분히 그리고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해안가 수영장의 확대판이다.


이러한 인공화는 여러가지 감상을 가지게 한다.

일출봉 자락의 난개발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반면 섭지의 원래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은 아주 좁게 남겨진 공공 도로를 이용해서 해안자락으로 이동해야 한다.

80%를 너머 90%에 달하는 공간은 소수 그것도 점점 소수에게 집중된다.

휘닉스의 가장 좋은 공간 일부에는 별장들이 들어서 있기에 더욱 그런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공공은 좁은 길로 다닥다닥 붙어서 가야 하고 소수는 느긋하게 조망하는 대조되는 모습은 무얼 의미할까?

베르사이유 궁전과 파리의 빈민가?

레미제라블의 서사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개발과 공정함 두 논리 모두 아직 우리에게 선택지로 남아 있다.

난개발된 성산일출봉과 정돈된 휘닉스.

조금 크게 보면 제주 전체가 이 문제에 몸살을 앓는 듯하다.


감동과 여운, 그리고 숙제는 이렇게 제주를 떠난 뒤에도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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