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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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지만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

한국으로는 정신대가 대표적인 존재다.
그런데 동시대에 나도 피해자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만주와 조선에서 떠나가야만 했던 일본인 거주자들이다.

<요코 이야기>라는 책이 미국에서 한동안 논란거리였는데 딱 이 사람들 이야기였다.
가진 것 다 내놓고 떠나다가 소련군과 조선사람들에게 피해보는 이야기다.

그 다음 스토리가 더 있다고 한다.
일본에 도착하니 의사들 앞에 서는데 혹시 다른 민족 아이 배었으면 강제 낙태의 대상이 된다.
아버지의 친척집에 셋방살이 하다가 구박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젊은 여성도 있다.
역사는 때로 선명하게 선이 갈리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인듯 하면서 돌아 보면 피해자인 경우들이 그렇다.
하긴 한국도 크게 보면 일본에서는 피해자였지만 베트남에서는 가해자였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고 글도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매우 유익한 교훈을 준다.
난리통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진면목을 드러내는지에 대한 아주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패전 직후 일본총독 부인이 탈취한 재물 가지고 가려다 부산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할 뻔했다는 일화부터 시작해서 고급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일본인 고관들은 빨리 재산 빼돌리기에 나섰다.
반면 한국에 머물게 된 보통 일본인들은 생계수단이 없어져서 고역을 치른다.
이때 등장한 사업이 일본인 재산 빼돌리기를 위해 협조하는 등기소 직원, 환전상 등.
참고로 일본은 본토,한국,대만,만주 각각 화폐를 달리 사용했다.
단기간에 몰려든 은행권 대응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는 본토에서 긴급 인쇄를 해서 화폐발행량을 두 배 이상 늘려서 초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이를 당시 조선인 천재 백남운(아깝지만 북으로 가서 장관하다가 숙청당한 조선의 천재)이 추계를 내서 총독부에게 함부러 하지 말라고 비판했었다.

그럼에도 진주한 미군은 일본편에 더 기울었다. 사실 제대로 조선 관리할 연구도 하지 않았었다.
민낯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저자가 잡은 신선한 소재가 꽤 흥미로웠다.
화초는 사람이 키우지만 들꽃은 하늘이 돌본다.
역사는 때로 아무도 돌보지 않은 이들에 대해 어루만짐을 주어야 한다.
저자의 독특하지만 치열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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