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6 이병주 전집 15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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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또 한번 치러지고, 전쟁이 났다.

6.25라는 일대 난리에서 많은 일이 벌어진다.

생존 위협에 다들 어려울 때, 누군가는 큰 기회를 잡는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택동의 말처럼

한반도 전역에서 작은 권력이 일어나 사람을 흔들어 놓는다.

그 총구 앞에서 "만"이라는 이승만의 글자 하나 들고 남의 집을 징발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여기저기 군납 하면서 돈 벌어대는 이종문의 모습이 참 신기하다.

하지만 잘 보면 이종문의 모습은 초기 한국 재벌 형성사와 비슷하다.

웃길수만 없는 일이다.

한진,현대의 출발이 그랬고 삼성도 무관하지 않다.

무역이라는 이름의 밀수, 관납이라는 이름의 미군하청, 유통이라는 이름의 해외원조 물자 빼돌리기 등.

남의 일이라면 희극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비극이었으리라.

소설 하나로 집약된 그 먼 이야기들이 아련하게 느껴지고

흑과백은 서서히 흐려져서 회색빛이 되어간다.

그리고 사람들의 짓거리는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기 어려워진다.

산하는 여전히 또렷하게 형상을 드러낸다.


엊그제 본 한강물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 강아래에서 다리 끊어놓는 통에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 말 믿고 피난 못간 관료들까지 다 목숨을 잃었다.

김규식의 한 마디.

"독립운동 수십년 같이 한 나한테 차 하나 보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도강파들이 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누구를 처벌하는가?

피난 못 가서 숨어 있던 어느 검사의 이야기


한 사람의 공과는 쉽게 판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민하게 처신한 이종문에게 대박의 기회를 주었고

딱 하나 세상에서 이종문의 공과부에 공으로 기록될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바로 보도연맹으로 붙들려 처형직전에 놓였던 고향 사람 200명을 살리는 공업이었다.

이종문과 이승만의 관계로 가능했고 아마도 그 덕분에 국군들의 즉결처분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력 섞인 필사기 이어진다.

무릇 작가는 주인공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고향 사람 200명의 목숨 덕분에 이종문은 나중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하여간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산하 6권이었다.


삶,역사와 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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