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1 이병주 전집 10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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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은 유구하다.

사람만 그 안에서 오르내린다.

일제하,전쟁,해방,단독정부,6.25 등 무수한 정치적 사건을 짧은 시간에 몰아서 겪은 이병주는 사람일에 대한 허망함을 깊게 깨달았다.

그래서 썼던 산하만이 남아 있다는 표현이 그를 <반공법>으로 얽매어 감옥에서 2년7개월 썩도록 만들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그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간 후세인들에 비해 애초에 그런 정치나 사회가 아예 없던 시절을 겪었던 이병주의 눈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해방은 소수의 친일,지식인 등에게는 몰락을 가져왔다.

반대로 소수의 줄 잘 선 사람에게는 대박을 가져왔다.

그 대표자로서 이병주는 <이종문>이라는 실존인물을 가져와 이 작품을 구성했다.

이병주가 그렇게 닮고 싶었던 발자크가 동시대인을 녹여 그의 소설을 만들어내었듯이 이병주에게도 많은 주인공들이 실존인물이다.

바닥에서 올라간 인물이 나폴레옹인데, 이종문 또한 제법 한가닥 한다.

시골 노름꾼에서 시작해 당대의 거부에 국회의원까지 발전해가는 모습은 파격적이다.

현대로 보면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에 넣어도 충분하고 또 시대를 읽는 묘미도 쏠쏠하다.


비록 유신이라는 검열의 시대에 만들어졌기에 표현의 자유가 많이 제약되었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많은 노고를 기울였다.


말이 많아 혼란스럽지만 막상 쓸 말은 적은 시대다.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은 어떻게 이 사회가 만들어졌는가? 그 태생을 찬찬히 제대로 살펴봄이 되면 좋겠다.

아무런 선입견없이 그냥 살펴보는데 이 소설은 제법 괜찮은 소재가 되고 있다.

국가라는 것이 거창한가? 정말 그렇게..

이런 의문에 대해서 해방 직후의 선인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에 대해 그냥 보여준다.

노름꾼의 시각으로.

떄로는 어리석음이 지식인 보다 낫다는 점도 이 대목에서 느껴진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피케티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발자크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피케티가 발자크를 그렇게 많이 인용한 것에 비해서 대조가 된다.

이병주의 이 작품속에서 누군가는 피케티 같은 보석 찾기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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