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쉽게 옮길 수 있던 친구가 있었다.
명문대 상경계열을 나와 외국 유명 대학의 MBA를 했다는 좋은 학력에
깔끔한 외모와 매너를 가졌고 말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좋은 친구였다.
은행에서 시작해서 종금사 등 금융권을 두루 거치더니
벤처가 뜰때는 창업투자회사, 증권사가 뜰때는 애널리스트로 변신하며
멋지게 돌아다녔다.
남들이 보면 꽤 부럽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오라는 곳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보면 그렇게 자주 옮길 수 있도록
기본 조건이 된다는 것이 부럽다.
또 다양한 세계 경험을 한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친구로서 내가 볼 때 그의 캐리어는 성공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우선 연봉이 지속적으로 오르지 못했다.
다음 안된 말이지만 그가 다닌 회사들은 대체로 그가 나오고 무너져 내려앉아버렸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이 관계를 알려면 시장 그리고 경쟁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해야 한다.
벤처, 증권, 부동산 등 특정 분야가 뜨면 참여자가 늘어난다.
즉 시장의 수요 증가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이를 보면서 공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단 한 때는 영원할 듯한 그 분야의 상승도 다시 돌아보면 지나친 공급 증가 혹은
수요의 둔화에 의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누가 떨려나가게 될까?
처음부터 있던 사람이 자리를 비켜줄까 아니면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그래야 할까?
당연히 시장은 마지막에 온 사람을 밀어낼 수 밖에 없다.
대체로 자리가 덜 잡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지인은 안타깝께도 각 부문을 한발짝식 늦게 들어갔다.
미리 내다보고 우물 파고 기술 닦으며 기다린 것이 아니라
남들이 들어가서 다 잘되는 모습을 거듭 확인하고 따라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그 분야들의 성수기가 자신의 참여에 따라 꺽이기 시작하다보니
아쉽게도 성공을 못 거두는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비유해보자면 주식도 마찬가지다.
다 좋다고 할 때 들어가려면 이미 상당히 오른 가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것이다.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이나 특정 부문에서 캐리어간 경쟁,주식투자 모두 이렇게
시장이라는 원리로 보며 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만사는 간단한 진리로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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