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 김영하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김영하 글의 폭은 꽤 넓다.
퀴즈쇼에서 청년잉여의 삶을 내다보았고, 빛의 제국에서 간첩의 눈으로 본 국가를 다루었다.
작품들에 감탄하다보면 <작가>는 어떤 인간인가 궁금해진다.
이번책 <보다>에서 많은 힌트가 제공되었다.

군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곳을 전전하였고, 
연세대 경영대를 석사까지 마치고,
군대는 헌병대,
제대 후 곧바로 신춘문예 당선 하지만 원고청탁 전화는 없었다.
덕분에 떠난 유럽배낭 여행 곧이어 연세어학당에서 강의.

경영대에서는 오세철 교수(진보좌파 학자) 밑에서 조직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빛의 제국>에 맨슈어 올슨의 도둑국가론이 왜 나왔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작가가 이 정도로 공부하지는 않을 듯 했는데 이유를 찾은 셈이다.
젊어서 김영하는 혁명을 꿈꾼 셈이다.
방학 때 알바 시켜놓고 몇 푼 안되는 돈 떼먹으려는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였지만 정작 그의 관심은 사회를 바꾸어 보고 싶은 것이었다.
이런 속내를 드러내고 훈수를 받고 싶었다. 바로 점집에서.
여기서 그는 방향타를 잡는 결정적인 조언을 얻는다.
낡은 한옥집의 용하다는 젊은 점쟁이는 그를 특별히 대우해주었다.
국운을 읽어 보니 이미 혁명의 시대는 끝났다. 괜스리 깃발 들고 외치다가 낭인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사주에 <문>이 둘 들어 있으니 말과 글로 먹고 살아라.
정말 딱이다. 
내성적이라 동아리도 안했고, 특히 문학바닥에 잘 가지도 았았던 그에게 작가의 길을 가보라고 하던 이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삶에서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예언적 자기암시를 얻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도 그 점쟁이가 궁금해졌다. 지금은 워낙 떠서 예약이 3년 밀려있다고 한다.

유럽 여행길에 부다페스트 역에서 만난 여인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여행이 사람을 개방적으로 만들듯이 김영하 또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같은 달콤한 시간들이 있었다. 

김영하의 작품들 여럿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흥행작을 맞추는 데는 잼뱅이라고 한다.
나는 작가가 영상문법을 잘 고려해서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심지어 나는 거주지로 부산을 선택한 이유가 영화사랑인 줄로 생각했다.
그는 영화식으로 대화하는 법이 익숙해진 시대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굳이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하지만 그를 따르는 영화판 사람들은 많다. 만나자 마자 형이라고 하는 감독의 모습도 보인다.
<검은 꽃>에서도 비슷한 체험이 있었다. 덕분에 시나리오는 탄생하지 못하고 소설이 나왔지만.

처음 작가를 접하게 된 <비상구>라는 작품이 신촌의 삐끼를 보고 단숨에 써갈겨 갔다는 대목도 꽤 흥미로웠다. 사물의 이면을 단숨에 꿰뚫어 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만큼 흥미롭게 전개시킨 점은 대단한 솜씨였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에 거리를 두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편수를 채우기 위해 공개헀다는 비화가 나온다.
한번 만들어진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다.
감독들이 보는 김영하와 스스로 보는 김영하가 다른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문학은 흥미로운지 모르겠다.
왜 내 작품들을 좋아하는 거지.. 하면서도 독자들의 호응은 반가울 따름이다.
살기 위해 죽어라 쓰다보니 어느 순간에 귀족 여인의 편지를 받아서 결혼에 골인한 발자크 처럼 말이다.

김영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디선가 그의 꿈이 하루키라고 이야기했다는 걸 들었다.
조정래가 사소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하루키 스타일의 글쓰기에 김영하도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오르한 파묵은 어떨까?
터키 출신이지만 서구 독자를 널리 확보하고 2006년 노벨상을 수상한 문호.
김영하의 미래가 더 멀리 더 넓게 퍼지기를 바라고 
아마도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노벨상에 새로운 후보로 올라 갈 수 있기를 바래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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