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81호 - 2014.겨울 - 창간 20주년 기념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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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 영자

 

노량진에는 젊은이들이 모인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들은 구준생이라 불리운다.

노량진에는 사육신묘소가 있다.

바쁜 구준생들은 미처 사육신 묘를 둘러 볼 시간이 없지만 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구준생들에게 집현전은 학원이 있고 원룸이 있는 복합건물의 이름이다.

이번 공무원 시험의 당락에 사육신 관련 문제가 나와 큰 영향을 끼쳤다. 구준생들은 얼토당토 않은 이 문제에 큰 불만이었다.

집현전의 원 뜻은 사육신들이 왕과 모여 공부하던 학당이었다.

이름은 있지만 의미를 몰랐기에 그들의 시험은 괴로웠다.

그들은 역사를 잘 요약하여 시험이라는 난관을 통과하기 위한 요령으로 탈바꿈 되어 차곡차곡 머리에 담으려 한다.

사건이 특정한 상황에서 나오고 의로움과 아님을 가리려고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이치는 관심이 없다.

그렇게 먼 이야기를 하기에는 오늘의 삶은 너무나 처절하다.

밥은 작아져 컵밥이 되고 술은 작아져 붕구와 같은 스몰 비어가 된다.

컵밥을 먹는 이도 만드는 이도 삶의 크기는 작다.

어느날 컵밥 만드는 수레들이 다 청소되어 질 때 젊은이들은 그냥 보며 자기 일을 할 따름이다.

하나 하나 잘게 나뉘었기에 그들에게 맥락을 묻는 문제는 정말 넘기 어려운 벽들로 다가온다.

원래 역사는 시간과 공간으로 시야를 넓히도록 훈련하기 위한 통찰의 학문이라는 점은 그들과는 무관하다.

 

100 1의 시험에 희망을 걸고 1년을 소비해야 하는 노량진 청춘들의 모습은 씁쓸했다. 그 꿈을 이룬이의 삶도 그렇게 환한 행복이 아님을 작가가 친절히 보여주기에 더 쓸쓸했다. 그리고 다른 재능 있음에도 다 풀지 못하고 구준생의 삶에서 한 단계 내려가는 또 하나의 청춘 소설의 제목인 영자의 삶은 가장 쓸쓸했다.

아무도 서로 관심두지 않고 돌보지 않는 그늘진 세상을 작가는 또박또박 그려내었다.

작가 김훈의 전작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조선말의 패악한 정치를 다룬 흑산이었다. 다 어리석은 임금에 의해 고통받는 민초들의 현실을 그려내었다.

이제 시점은 현대로 왔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니 노량진에 조선의 참옥함이 계속 포개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칼의 노래의 이순신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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