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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특별 보급판 세트 - 전9권 ㅣ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드라마 미생이 끝났다.
스포일 같지만 결말이 원작과 다르지 않았다.
장그레는 정직원이 되기를 실패한 것이다.
예전에 모 그룹사, 갑자기 M&A를 연달아 성공해서 자신감에 넘쳤고
덕분에 인재가 제일이라고 강조하며 엘리트를 연달아 영입하고,
신입사원 초봉을 마구 높이던 그룹사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기업에는 계약직이 꽤 많았다.
매우 일잘하고 열심히 일했던 이들도 3년이라는 시한을 넘기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갑자기 힘이 쫙 빠지는 상황이다.
이제 사람은 여러갈래로 나뉘게 되었다.
신입사원을 잘 뽑기 위해서 초임 연봉은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기능만 한시적으로 필요하면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가 헤어진다.
아주 우수한 탑 인재는 고가에 영입한다. 참고로 이 기업에는 컨설팅사 출신 젊은 사장도 있었다.
자 그럼 장그레에 공감하던 이들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노력이 막바로 성과에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성공학 아류 책들이 열정을 강조한다. 특히 이지성을 비롯한 작가들, 자신은 사회에서 성공해보지 않은 덕분에 사회를 냉정하게 알지 못하는 이들이 그렇다.
단순한 공식 내놓고 말도 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에 휩싸이도록 만드는 열정노동의 주창자들도 그렇다.
한국사회의 성장률이 10%가 넘어갈 때는 대체로 뭘 하든 열심히 하면 거의 성공했다.
2%에 머물며 심지어 잠재성장률도 못 도달하는 지금은 아니다.
그런 원인의 하나가 사람이 똑 같이 대우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그레가 열심히 했음에도 그는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애초부터 시작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던 관객들이 슬픔에 젖었다면 작가는 충분히 소임을 다한 것이다.
성장 시대의 현실이 희망에 찬 드라마였다면 지금 저성장 시대의 현실은 희망이 적기 때문이다.
위안을 찾는다면 개콘을 보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살아가는 법을 보려면 비극을 정면으로 봄이 더 중요하다.
미생의 가치는 청년들에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약간이나마 키워주었다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