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마의의 대두
사마의는 썩 인기 있는 인물은 아니다. 최고 인기 인물인 제갈량의 적으로 나와 꾸준히 맞서서 싸웠고 결국 제갈량의 북벌을 좌절시켰기에 원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삼국지의 세 주인공 조조,유비,손권을 다 물리치고 자신의 왕조를 만들어 통일하게 만든 사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역시 대단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군사적 싸움에서도 크게 진 적이 없는 것이나 후일 조씨 가문과의 정치적 투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을 보아도 그의 솜씨는 대단하다. 이렇게 보면 응당 삼국지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하겠지만 삼국지에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진수가 삼국지를 쓸 당시에 이미 진나라가 성립되었기에 사마의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지라는 책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진서에 당당히 황제로서 한자리를 차지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원래 사마의 일가는 괜찮은 명문이었기에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받는 등 자리가 잡혀있었다. 인품에 대한 평가를 들은 조조가 자기 정권에 참여하라고 몇 번 권했지만 사마의 일가는 요리조리 피했다. 아직 대세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섯불리 나서는 것을 피한 것이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조조의 노여움을 사서 일가족이 한꺼번에 몰살을 당할 뻔도 했다. 아 이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험한 상황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고 마지막으로 부를 때는 고분고분하게 나왔다. 이렇게 의심을 받으며 시작한 관료로서의 생활속에서 사마의는 자신의 속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계속 어려운 일을 맡으면서도 충실한 관료의 역할만 수행하려고 했기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처음 사마의에게서 고분고분 하지 않다는 야심을 읽어내고 곱게 보지 않았던 조조였지만 되도록 공정한 인사를 깨트리려고 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후환은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서 왜 조조가 사마의를 꺼려했는지를 보면 둘이 실제로는 상당히 닮았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예전에 조조가 평상시에는 충신 난세에는 간교한 영웅이 된다는 평을 듣고 좋아했다고 하는데 바로 사마의가 똑 같은 유형의 인간이다.
조조의 사람 보는 눈은 매우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래서 유비를 한껏 영웅이라고 치켜세운 술자리의 일화도 유명한데 실제 유비가 한귀퉁이를 차지하는 황제가 된 것으로 실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사마의를 꺼려하지만 가까이한 것은 길게 보았을 때 실수였다고도 할 수 있다. 역으로 보면 황제가 여럿 바뀌는 동안 자신의 야심을 잘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 사마의의 솜씨 또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