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월남가다 -상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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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으로 책 한권 뚝딱 만들어내는 솜씨에 놀랐다.
얄팍함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고 투입 시간대비
효과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크메르 루즈에 대해 킬링필드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나의 무지함을 깨우쳐주었고
앙코르 와트의 성립과 쇠퇴에 대한 고찰도 시야를 넓혀 준다.
옥수수의 높은 생산성이 마야 문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호수의
광대한 수산자원과 농업이 이 거대한 문명의 업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원들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문명의 특징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드러내는 적나라함은
고대문명의 특징인 생산성에 대한 찬양이고 뱀에 대한 숭배는 농업문명의 특징 중 하나이고
등등. 읽다보면 이 쪽 분야에 내가 아는게 없었구나 하는 무지에 대한 인식을 준다.

가끔 자신이 유명인사라 그 덕분을 본다는 점을 늘 자랑하는게 저자의 단점이자
매력이다. 여기서도 도움 준 사람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그 특별한 친절에 감사하지만
바꾸어 보면 자기 PR이라는 측면도 많다. 그 정도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할 국보라는.

읽다보면 한국음식에 대한 매몰찬 비평이 나오는데 나도 솔직히 백번 공감한다.
식문화는 한국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지적은 정말로 옳은 것이다.
문화는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생산자와 소비자 둘 다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적당히 만들어 팔고 돈을 남긴다는 자세가 우선되고 아직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이라는
검약 정신이 주를 이룬다면 식문화의 발전은 요원하다. 참고로 전에 이용해본 일본인이
하는 식당은 장인의 솜씨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고 여기 거론되는 동남아 요리들도
미국 가면 한국요리보다는 훨씬 대접받는다.

시작 부분에 서양문명에 대한 깍아내림이 한참 나오는 것은 매번 반복되는 메뉴다.
근대 서양문명의 토대를 만든 베버,프로이드,맑스 등이 실은 별것도 아니다는 식의
비판이 많은데 설혹 그 내용을 다 받아들여서 서양 문명의 가치를 낮게 둔다고 한들
거꾸로 한국 문명이 세계에 내어 놓은 대단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베버의 학문의 토대가 약하다가 비평했지만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회과학
책 중에 타국에 번역되는 것은 정말정말 극소수다.

옆으로 샜는데 중국,불교,힌두 문명 등 다양한 영향을 물려받은 이 지역들에 대한
탐험 과정에서 충분히 값은 하는 안내서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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