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 한 편의 비극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수용 옮김 / 책세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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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독문학을 연구하시면서 후학을 양성하신 노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파우스트, 어려운 책이다.

지은이 괴테 자신도 이 책은 여러각도로 오랫동안 읽힐 것이라는 점을 자신했다.

그래서 죽기 1주일 전까지도 꾸준히 손보고 있었다.


젊어서부터 몇 번에 걸쳐 읽었지만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아주 부분에 부분 밖에 몰랐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파우스트가 말년에 황제를 구해주고 대가로 봉토로 해안가를 받아서 간척을 하는 대목이 있다.

왜 간척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교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아무런 기득권 없는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고 했다 한다.

여기서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지금 멈추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바닷가에서 날마다 자연과 싸워야 하는 이들로는 네덜란드인이 눈에 들어온다. 약간 시야를 돌려 험한 산에서 추위와 싸우는 스위스인도 있다.

이 두 국가에서는 자유가 극단적으로 추구 되어 봉건권력을 일찍 물리쳤다.

괴테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이 구절을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가 당시가 프랑스혁명을 겪었고 당대 프랑스 사람들이 싸워서 자유를 얻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인가 하는 쪽으로도 질문이 옮겨갔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근거는 법이고 그 법은 그냥 툭 던져진 것은 아니리라..

그런 점에서 파우스트 박사의 노고는 더욱 실감이 간다.


하지만 이 말 마지막의 지금 멈추라는 대목은 바로 메피스토텔레스가 듣고 싶었던 바로 계약조건이었다.

파우스트는 숭고한 목적을 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조용히 살던 노부부의 억울한 희생을 불러왔다. 덕분에 그는 눈이 멀게 되고 이를 악용한 메피스토텔레스는 조용히 그의 무덤을 판다.


파우스트는 어려운 시대의 인물이었다.

당시는 신이 과학과 속세의 욕망에 의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과업을 달성했고 당대 특히 발달한 과학들은 이제 갈릴레오와 같은 희생자를 다시는 용납하지 않을 태도였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당대 유럽을 휩쓸면서 교회의 봉토들을 샅샅이 세속화시켜버렸다.

신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해가는 것은 메피스토텔레스로 상징되는 현세적 욕망이었다.

이는 바로 산업혁명과 함께 밀려온 자본주의의 욕망이다.


이렇게 책 하나를 놓고 혼자만의 독서가 아니라 미리 깨달으셨던 노교수님의 말씀이 포개지니 미처 몰랐던 대목에서 새로운 감상이 만들어졌다.


읽고 듣다가 나의 질문은 오늘의 대학가로 이어졌다.

신촌의 원룸 주인들이 대학에 와서 데모를 한다고 한다. 

원룸도 사업인데 공공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지는 말라고 한다.

메피스토와 파우스트의 갈등과 게임은 먼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어려운 자리 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물론 주관한 출판사와 알라딘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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