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사장 16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시마의 긴 여정이 끝났다.

과장에서 시작해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부장,이사 거쳐서 사장까지 올랐다.

시마가 사장이 된 건 경제신문이나 CEO 정보 사이트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의 사건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처럼 시마는 그 시대 샐러리맨의 아이콘이고 롤모델이고 추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퇴장은 쓸쓸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들은 고전 중이고 시마가 담으려고 해도 멋진 모습을 담기에는 그의 경영 실적이 너무나 안좋다.

덕분에 그의 하산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내가 주주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긴 시리즈 중에서 언제가 좋았는지 내게 묻는다면 <과장>시절을 들겠다.

과장이라는 자리는 회사를 보는 시선이 사원시절의 아래에서 위였다면 반대로 뒤집어진다.

초보적인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사람들과 보다 밀접한 갈등을 겪고 보다 큰 문제를 해결하도록 임무를 부여 받는다.

그 시절 시마는 놀라운 업적을 많이 냈는데 상당수는 여자들 덕분이었다. 페미니스트, 바람둥이 뭐라고 표현하던간에 그의 성과는 탁월했다. 옛 애인을 동원해서 예술가의 작품을 얻어내 회사 공연장에 사용한 일은 시마를 보는 회사내의 평가를 바꾸어 놓았다. 남보다 분명 무기 하나가 더 있는 존재였다.

그의 감성력은 회사 안과 밖에서 잘 발휘되었고 사내 정치에 비굴해지지 않는 꿋꿋한 태도 또한 멋있었다. 


하지만 로망은 거기까지인 듯 하다.

사장 시절의 시마의 모습은 매우 딱딱하다. 연애는 절대 없다. 회사 대표가 연애하면 좀 지나서 카메라 기자가 들이대고 신문에 나면 자동사퇴다. 이러다 보니 연애 스토리는 사절이다. 이러니 독자의 감성 흡인력은 자극 되지 못한다.

대신에 작가가 치중한 것은 스케일이다. 리더에게는 새의 눈으로 본다는 조감력이라는 역량이 있다.전체 상황을 한 눈에 보는 것이다.

시마의 해외 순시는  남미의 브라질,페루 등이나, 아시아의 중국,말레이시아 등을 오간다. 

갈 떄 마다 작가는 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그 나라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을 간략 요약해준다. 이는 분명 비즈니스맨에 대한 충실하고 유용한 서비스다.

그 부분만 모아도 전자업체의 세계경영이라고 괜찮은 정보가이드가 될 것이다.


감성은 사라지고 사내정치의 디테일도 사라지고 남은 것은 거대기업의 탑 경영자의 시각.

이게 현재 시마사장의 서술이었다.

지위는 점점 올라가지만 점수는 점점 내려간다.

사장은 인간적인 의무 이상으로 경영자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 점에서 시마의 경영전략은 거의 실패로 끝나버렸다. 아니 일본 소비자 전자기업들이 하나 같이 그 꼴이다. 기껏해야 M&A로 버텨보았는데 기업의 체질을 본격 개선하는 부분에서는 성과가 없다.

그러니 기업만화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회장 시마를 그려보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나라면 대상을 바꾸어 성공한 신세대 기업을 다루면 어떨까 한다.

손정의,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세븐일레븐의 도시후미 등 일본에는 여전히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업들이 많다.

무릇 한 나라의 산업은 영국의 예에서 보듯이 무역에서 제조로 다시 금융대국으로 성숙해간다. 일본의 금융,서비스 대국의 면모를 보여준 기업들이 새로 성장한 것이 소프트뱅크,유니클로 등이다. 이들의 진면목을 잘 설명하는 한국 연구가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작가의 노력은 상당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흘러간 제조업의 우위에 대한 추억을 계속 붙들거나 정치가로 변신해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은 지면 낭비 같이 보인다.


시마 오랜 여행을 한 친구지만 이제 안녕하며 새로운 길을 가도록 빌어주어야겠다. 단 극우 정치판은 사절이다. 

사요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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