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 초회 특별 한정판 (2disc) - 콘티북 + 시나리오북 + 캐릭터엽서
한재림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척하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가?

관상은 오랫동안 중국과 한국에서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그런 뛰어난 관상가도 결국은 실패한다는 것이 영화가 준 아이러니이자 교훈이었다.

왜 실패했을까?

마지막 말에 힌트가 있다.

파도를 보았지 바람을 보지 못했다.

한 명의 얼굴을 보고 해석은 했지만 그 얼굴이 가짜라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한계는 고스란히 그의 가족사의 비극과 연결된다.

수양이 툭 던지는 자기 자식은 저렇게 비명횡사할 운명임을 몰랐던 말이냐 라는 언사는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꽃힌다.


사회에는 소위 전문가들이 있다.

특정한 영역에서 전문성에 기반해서 해답을 내놓는다.

그 위에 다양한 브랜드가 덧칠된다.

하버드 박사, 미국 최고 기업에서의 경력, 국제기구에서의 성취 등.

반대로 전문가의 함정이라는 말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에 매몰되어 더 큰 일을 못 한다는 말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 탐험 계획안을 가지고 처음 찾아간 곳은 포르투갈 왕실이었다.

여기서 왕은 전문가 위원회에 이 안을 논의하게 했다.

결론은 불가로 나왔다.

그래서 스페인으로 갔는데 여기서는 여왕이 직감으로 하는 길로 밀어 붙였고 결과는 아 알듯이 대박이었다.


이렇게 전문가는 종종 함정에 빠진다.

아들을 출세의 길로 내보내고 잘 되기를 바라는 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가 모른 것은 시대가 난세라는 점이었다.

난세에는 소신가보다는 기회주의자, 학자보다는 교활한 모험가들이 활개를 친다.

소신 가진 이들은 쉽게 자신의 목을 저자거리에서 형리에 내놓게 된다.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우리는 난세를 겪었고 그렇게 사라져간 많은 재능들을 보았다.


관상가는 자신의 전문성으로 한 명 한 명의 얼굴은 보았지만 

결코 시대의 큰 흐름을 보지는 못했다.

그 역할은 역사가 해낸다.

관상과 역사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차라리 정관정요에 나온 형제들의 살육전, 당대 명나라에서 벌어진 조카를 죽인 영락제의 잔혹함을 읽어 간다면 같은 패턴이 반복될지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작은 기술에 치중하고 그걸 또 전문가의 눈에 과도하게 매달닌 점에서 문종과 단종의 비극이 나오게 되었다.


교훈을 정리해보자.

전문가의 브랜드가 주는 함정에 빠지지 말기를..

나는 하버드이름으로 비즈니스 리뷰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았다.

마케팅 이론을 아무리 익힌들 바로 옆사람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 재주가 없다면 헛공부다.

차라리 주변을 관찰해서 고객 늘려가는 이를 보면서 자신을 한 발 앞서게 만드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

이론은 잿빛이요 오직 푸르른 것은 생명의 나무다.

기술과 문장의 함정에 빠져 살아 있는 삶에 대한 애정을 허투루 하지 마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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