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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자전 - 삼성 창업자 호암 이병철 자서전
이병철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4월
평점 :
그날도 골패 노름을 하다가 밤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밝은 달빛이 창 너머로 방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때 나이 26세, 이미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달빛을 안고 평화롭게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심정이 되었다.
'너무 허송세월했다. 뜻을 세워야 한다.'
잠자리에 들긴 했으나 그날 밤은 한잠도 이룰 수 없었다.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뜻을 굳힌 것이 사업이었다.
"어떠한 인생에도 낭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실업자가 10년 동안 무엇 하나 하는 일 없이 낚시로 소일했다고 치자. 그 10년이 낭비였는지 아닌지, 그것은 10년 후에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낚시를 하면서 반드시 무엇인가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실업자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견뎌나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내면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헛되게 세월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무엇인가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헛되게 세월을 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훗날 소중한 체험으로 그것을 살리느냐에 있다."
이 말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병철이다.
가끔 남들은 좋은 조건으로 태어나 쉽게 성공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명문고,명문대,삼성과 같은 대기업 출신.
하지만 약간 까보면 성공은 그렇게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병철은 자퇴만 4번 했다.
처음 글은 와세다 대학을 자퇴하고 집에 왔다가 노름에 빠져서 세월을 죽이다가 번뜩 들었던 깨달음을 토로한 것이다.
나이 들어서 대기업 총수가 되어서도 젊은 날의 미흡함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것은 상당한 용기고 그로부터 느끼는 바가 크다.
남들은 좋은 시절에 태어나서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그 남들이야 말로 일제치하,6.25,5.16과 같은 난리통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공부를 학교에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명문대라고 해도 제대로 수업이 진행된 것도 없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도 지금 보면 수준이 그리 높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쉬지 않고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면서 자기 실력을 닦은 것이리라.
경영학의 현란한 이론 보다 상황에 얽혀 직접 느낀 소회와 이후의 대응 자세가 더 제대로 된 경영공부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