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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J.C. 챈더 감독, 데미 무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2008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세계는 뒤흔들렸다.
돈이 확 빨려들어갔다가 다시 홍수처럼 밀려오는 쓰나미가 일어났고 거기에 휩싸인 무수한 사람들이 쓸려갔다.
그때 그 진앙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누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인가? 아니 그 전에 기름을 뿌리거나 가스관을 열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이 영화는 이 궁금증에 대한 꽤 괜찮은 답이 될 것 같다.
딱 하루 월가의 어느 투자은행에서 벌어진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해 금융인들의 민낯을 벗겨서 보여준다.
그들의 삶, 욕망, 고뇌 하지만 그들은 돈을 쫓는 부나방이란 점을 아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영화의 스토리를 소개해보곘다.
설리반은 젊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MIT 공학도 출신이다.
그는 한바탕 구조조정의 광풍이 지나간 하루, 밀려간 선배 하나가 휙 던져준 파일을 살펴보다가 심각한 위험을 발견한 후 이를 보스에게 보고한다.
이어서 회사는 새파란 풋내기가 발견한 하지만 엄격한 수치에 의해서 계산된 문제를 놓고 심각한 회의를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두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나는 로스차일드.
워털루 전쟁의 결과를 남보다 빨리 알았던 그가 채권시장에서 취했던 행동은 유명하니 생략하겠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그의 얼굴은 먼저 떠올랐다.
또 한명은 주택은행장이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태 행장.
대우사태 때 그는 매우 발 빠르게 행동해서 회사의 자산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는 유능하지만 존경받지는 못했고 불명예 퇴진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위험은 회피했지만 시장이 더 빨리 무너지는데 일조를 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투자은행의 회장 또한 유사하게 놀라운 결단과 행동력을 보인다.
회사의 주요 자산이 위험에 빠진 것을 발견하자 그는 단호한 행동을 취한다.
책임을 아래 임원에게 묻고, 단숨에 모든 자산을 팔아치워버린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양심의 가책도 없다.
쓰레기로 변해버릴 물건들을 삽시간에 내 가게안에서만 없애버리면 된다는 그의 결심에 대해 추호의 의심을 하지 말라고 부하들을 다독거린다.
영화에는 두 개의 명 연설이 나온다.
하나는 플로어에서 트레이드들을 독려하는 케빈 스페이시의 연설이다.
꽤 훌륭하게 그는 동기부여를 시켜주었다. 당근과 째찍으로..
그리고 나서 상실감에 빠진 그와 마주한 회장이 던져준 긴 위로가 담긴 이야기는
금융회사의 대표는 저런 멘탈로 행동하는구나 하고 감탄사가 나올할 만한 냉철함을 보여준다.
위기는 위험으로 갈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회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시장의 자산이 모두 쓰레기로 변해간다면 몇몇은 무너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후의 대부자인 금융당국이 개입한다.
그리고 서서히 정상화에 이르게 되면 살아남은 자에게는 축복이 된다.
2009년 워렛 버핏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금융회사에 거액을 베팅하였다.
잔인한 듯 보이지만 이는 냉정한 분석이고 조직이 오래 오래 살아남기 위해 꼭 가져야 할 통찰을 보여준다.
금융은 필요악일까?
영화에서는 친절한 해설을 덧붙여준다. 금융이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싸울 뿐이라고.. 미래를 믿고 더 많은 소비를 하게 해주는 것,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것 모두 금융 덕택이 아니냐고 해설해준다.
하긴 얼마전 보았던 개콘의 <렛잇비>에서 3년 된 신입사원이 자신의 월급봉투와 썸타는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월급봉투에 꽃힌 현금은 곧바로 카드회사로 직행한다.
소비를 댕겨쓴 그는 절대로 회사에서 독립할 수 없으니 오늘도 부장님의 질책에 시달려야 한다.
금융,금융인에 대한 쌩얼을 보여줌으로 영화는 진지하게 우리에게 물음을 일으킨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저 거대한 돈의 홍수는 누가 막을 것인가?
얼마전 기타로 연주하는 오래된 멋진 노래 하나를 들었다.
알고 보니 이 노래는 베트남 전에서 미국이 쏟아 붓는 제초제의 비를 보며 죄악을 그만 뿌리자는 반전가요였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렇게 남의 아픔도 끌어 안아 애절하게 담아낸 멋진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지금 미국 FRB가 쏟아 부은 돈의 홍수일 것이다.
월남 하늘에 뿌려지는 제초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파도를 멈출 힘이 우리에게 없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그 홍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노아의 방주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작더라도 몇몇은 태울 수 있는..
자신들이 만든 대폭발의 위험을 맞아 내가 빠져나가면 더 심하게 터져버려라 그리고 대박을 기다려보자는 심보의 월가인들의 쌩얼은 그렇게 우리를 충격속으로 몰아가면서 어려운 숙제를 남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