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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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는 대단한 작가다.

그가 남긴 양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탄스러움을 넘어 경이롭다.

그의 출발이 워낙 상쾌했기 떄문이리라.

만 20세가 안된 나이에 만들어낸 시를 막바로 출판할 수 있던 영광에서 시작되어

여러 신문 잡지로부터 원고를 의뢰받았다.

백만 장자인 집안에서 좋은 커리어로 시작하였기에 그는 행운아라 불리기에 전혀 문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말년의 비극 - 브라질에서의 자살 - 을 알기에 그 사이의 삶들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최근 가장 롱런하는 문화 영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위대한 작가 츠바이크에 대한 헌정임을 상기해보자.

영화가 보여주는 스위스의 멋진 호텔, 그리고 한 명의 인도 출신 벨보이가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는 모험극. 이 기이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열정.


이 모든 일은 실제 모델인 츠바이크와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한 모방 내지 오마주다.


그리고 그 삶은 고스란히 이 책에 녹아 있다.


작가는 정말 호기심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여러 언어를 익혔고 사고 자체도 코스모폴리탄, 한 나라에 메이지 않고 전 유럽을 끌어 안았다.

그의 주인공들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 전 유럽을 넘나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뿍 담아 독자를 위한 더 나은 전기를 그려내 주었다.

그의 삶에서도 사람 만나기를 참 좋아했다. 이 책에서 150여명의 명사와의 교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댕과 스트라우스였다.

로댕의 작업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해서 환담을 나누다가 그의 작업 모습을 가만 보게되었다. 무척 열정을 담은 작업이 끝났을 때 로댕은 이 방문자가 누구인지를 깜빡했다고 한다. 무서운 몰입이다. 이것 또한 작가에게 커다란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스트라우스와 인연은 작가에게 커다란 영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정치적 도전이었다. 이미 유태인 차별이 본격화된 독일에서 스트라우스라는 대가를 함부러 배제하기 어려운 나찌 수뇌부는 히틀러를 포함한 회의를 통해 작가에게 작품발표를 하는 예외를 인정해야만 했다.


인물과의 교류와 함께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시대 묘사였다는 점을 강조해야만한다.

이 책에 묘사된 전쟁 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혼란은 이후 사회과학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참조가 되었다.

수조 마르크 단위로 올라가버린 환율 속에서의 혼란은 후일 히틀러의 집권을 가능하게 한 토양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의 혼란상에 대한 세세한 묘사는 정말 생생하게 현실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다시 츠바이크 본인과 영화 이야기로 엮어 가보면..

츠바이크가 좋아한 작가 발자크의 삶은 고스란히 츠바이크의 삶에 포개진다.

혼란시대를 묘사한 발자크의 전기를 쓰고 있는 새로운 혼란시대의 작가 츠바이크.

식민지의 이방인 나폴레옹이 정상에 올라가는 놀라움과 후폭풍을 그려내는 발자크의 필봉은 고스란히 모든 혼란기를 오가는 츠바이크의 필봉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주 아주 압축되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녹여내어진다.


난세를 아예 먼 이야기로 취급하던 1차 세계대전 전 오스트리아의 삶들..

황제의 우아한 통치와 금화로 인정된 부를 누리던 그들의 삶이 역사의 파도에 의해 침몰하는 모습은 영화 속 우화만은 아니다.

아마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비슷한 파도를 맞이할 때 츠바이크의 책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고난이라도 남의 이야기라면 희극이지만 내 이야기가 될 때는 비극이 되니 말이다.

다시 한번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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