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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 문학은 위기라고 한다.
김훈,공지영 두 작가를 제외하고 새로움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이 책의 저자 김영하는 어떨까?
김영하의 산문은 매우 경쾌하다. 잡으면 휙 읽혀나간다.
본인도 속필이라고 자기 장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깊이와 재미는 소설에서만큼은 아니다.
빠름의 단점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선대의 고수 작가들과 다른 김영하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 마디로 김영하는 촉이 살아 있어서 좋다.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은 사실 남의 나라, 아주 옛날의 이야기다.
일리아드가 묘사하는 세계는 영화 300에 나오는 근육질의 사나이들이 방패와 창을 들고 뛰어다니는 세계다.
중세의 작품이라면 기사가 말 타고 달려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대는 어떤가?
문학이란 시대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금 날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은 어디있을까?
바로 김영하에 의해 얼마간 그 욕구가 충족된다.
퀴즈쇼는 단군이래 가장 학력과 조건 좋은 청년들 대부분이 실업자 신세인 점을 드러내주었다.
88만원 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개념들이 나와서 심금을 울리기 훨씬 이전에 문학가로서 거울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런 촉이 <랄랄라>에서도 잘 살아 있다.
한국문학이 위기라는 점을 박민규 작가의 입을 빌어 <우르과이라운드의 문학판>이라고 개념 삼아 정리해낸다.
양질의 번역문학이 쉼 없이 밀려오면서 사회 굴곡에 매달려서 감상의 파편을 만지작 거리던 한국문학을 저 만치 밀어 내버리고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정리했다.
거기에 답은 작가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단서는 슬쩍 나타난다.
이 책의 글 중의 하나는 미국 문학담당 기자의 분석이 담겨 있다.
작가들은 기업을 떠나서 작가가 되었지만 독자들은 기업 세계에 머물러 즐기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과거의 독자와 다른 이 변화에 대해 작가들은 미처 대응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하나의 힌트가 나온다.
바로 정글만리다.
노작가의 새로운 도전은 김훈,공지영에 대해서 새로운 풍요를 주었다.
하지만 도전은 방향의 제시는 되었지만 내용의 완성도에서는 부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 차이 안에 작가들의 먹거리가 나타나지 않을까?
김영하의 촉이 다양하게 발휘되어서 오래오래 이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하는 책들을 만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