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
백영훈 지음 / 마음과생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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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대화?

쉽지 않은 단어다.

뉴욕거리 엇비슷한 압구정동 가로수를 보면 이곳이 불과 수십년전에는 가끔 홍수 나는 논밭이었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근대화는 경제기적을 통해 만들어진 엄연한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일조를 한 저자인 백영훈 교수는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드러내서 

기적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일화들은 솔직하고 재미있었다

유학생 시험에 합격해서 비행기 타고 독일로 가는데 가진 돈은 달랑 15달러라

단 1달러만 들여서 그는 바나나를 사서 배를 채웠다고 한다.

기내식은?

그건 돈내야 되는 줄 알고 그냥 pass.

쫄쫄 굶다가 바나나 때문에 설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 노인 하나가 기내식 먹으라고 지적해주었다고 한다. 아 사주는 줄 알고 열심히 먹었는데 나중에 비행기 내리는데 그냥 나가 버려서 노랗게 변했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이런 일화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렇게 어렵사리 따낸 경제학 박사 학위는 매우 유용했다.

국방부에 끌려가 군대에 있다가 갑자기 통역의 필요성 때문에 대통령 수행을 위해 발탁되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아이디어를 내서 기여를 했다.

독일어 솜씨는 상대방인 에르하르트 수상이 칭찬해주고

덕분인지 경제차관도 따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차관의 보증이었는데 이를 위해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자고 한 것은 정말 멋진 아이디어였다. 마침 당시 공부를 같이 한 독일인 학우들이 경제계에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회고담이 매우 구체적이고 당시의 흐름과 잘 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어려움을 통해 이룬 공부는 그 값을 해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부 송출.

박정희의 눈물..


글을 통해 저자의 면모를 보면 

재치가 있고 문제를 풀어가는 요령, 순발력 등이 매우 강했다.

그냥 학문에 머물지 않고 행정가 (저자가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하니..)

로서도 성과를 꽤 낼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독일과의 협력이 일본과 이어지는 대목에서 

독일수상의 조언이 컸다는 언급도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와 수십번 싸웠지만 대국적 관점에서 협업하면서 번영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훌륭했다.


이런 긴 이야기의 뿌리는 저 멀리 이미륵이라는 작가로 올라간다

일제시대 선교사가 건네준 명함 하나를 갖고 선원으로 배를 타서 독일에 가

공부를 하고 소설을 쓴 이미륵.

그의 후원은 멀리 멀리 남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솔직한 일화들이 많아서 좋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독일과의 협업이 갑자기 끊긴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당시 동백림 사건, 즉 동베를린 간첩 사건이 한국에 대한 독일의 분노를 가져와

경제 협력은 거기서 멈춰버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균형이 있게 다루지 않고 그냥 박정희 정부의 좋은 면만 정리해냈다는 점이

좀 아쉽게 느껴진다.


역사는 빛이 바래지면서 나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당시 좋았던 것도 뒤집어 보면 흐려지는 면들이 있고 그 반대도 있다.

학문과 현실, 고통스러운 아픔과 현재의 영광

이 모두를 아울러서 녹여 내면 더 멋진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촌평을 해본다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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