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세계 전반을 바라보는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자기 나라 먹고 살기도 바쁜데 세계를 넓게 두루 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그런 이유 중 하나는 정치경제적인 이유다. 군사적으로 타국을 지배하거나동맹관계를 통해 넓게 세계를 리드하려면 남을 알아야 한다.다른 것으로는 경제적 이유를 들 수 있다. 교역이나 투자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면상대방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그런 점에서 한국은 첫번째 이유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다음 두 번째 이유는 일부 있지만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반면 세계를 넓게 보는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이다.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최고 수호자가 된 미국으로서는 모든 나라들에 대해자신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국은 과거의 영광이되었지만 그래도타국에 대한 높은 이해를 통해 이익을 만들어나가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사실 인류학이라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한 부산물일 뿐이다.국화와 칼이라는 베네딕트의 걸작 또한 미국이 일본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면차이점을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참고로 당시 미국은 한국을 이해하는데는 조그마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어쨌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세계 전반에 대해 꽤 아는 체를 하면서 그것도 멀리 10년이나 내다본다고 주장한다. 내용 중 상당수는 다른 책에서도본 것이다. 역시 저자의 빠른 짜집기 솜씨를 여기서도 확인했다.그렇지만 10년 후 한국에서 보여준 일방적 이데올로기 강요는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책의 내용 중 모순점을 꼽자면 미국에 대한 시각이다. 더할나위 없이 강하다고 칭찬하지만그 아래 보면 달러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시각도 아직 정밀하지는못한 것 같다. 반면 동조하고 싶은 내용도 있다. 쌀 값이 국제가격의 여러배가 되다 보니 경쟁력이 없어지고세계화가 만들어내는 단일 시장 추세가 결국 보호주의를 무너트린다는 점이나그래서 더욱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는 괜찮다.미국의 최근 충격이 국제적 아웃소싱이다. 콜센터를 비롯해서 점차 확장되는 영역은앞으로 한국에도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영어에 대한 강조도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주제다.이런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 반대로 대응 못하는 사람에게는 위기다.결과로 발생하는 양극화는 자명하지만 공병호에게 아쉬운 것은 처방의 수준이개인의 노력 강조 내지 사회의 자유화에만 머무른다는 점이다.그리고 세계화 이전에 한반도에 닥쳐오는 통일 혹은 전쟁이라는 선택의 문제에별다른 고려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세계화의 격량 속에서 한국이 잘 헤쳐나갈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도 답이 없다.한편으로는 1등하는 기업이 늘어가면서 잠재력을 보지면 교육을 비롯해 각종 부조리는앞날을 암담하게 느끼게 한다. 부족하나마 세계를 대상으로 넓게 보자는 취지는 좋은 책이지만다음에는 더 나은 책들이 두루 나오기를 기대하는 수준에 머무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