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의 가문
시바 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도쿠가와는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다.

그의 앞으로 천재 노부나가,히데요시가 있었고, 싸움의 달인 다케다, 인질생활을 해야 했던 이마가와 등 거대한 존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한발한발 올라가면서 패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고스란히 실현되어 250년간 일본을 움직이는 원리가 되었다.


그럼 우리는 도쿠가와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도쿠가와가 임명한 다이묘들이 근세까지 이어져 일본의 귀족층을 다수 형성하였고 지금도 지방에서 존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명문가라는 개념이 한국에서는 전란을 거치며 많이 사라졌지만 일본은 아직도 강하다.

그것 보다 더 강한 것은 일본인들의 삶의 모델이라는 역할이다.

시작은 미약하였고 과정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패자가 되는 그가 취했던 여러 태도는 오래 오래 각인되었다.

특히 인내를 중시하는 기질의 사람들에게 그는 선호의 대상이 된다.

일본인은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나에 정진하여 장인이 된다

잘 존중하지 않으면 등을 돌린다 등

일본인이라면 이렇구나 하는 개념에 대해서 우리는 외형은 알지만 속까지는 잘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일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된다.


섬뜻 했던 대목도 있다.

오다 노부나가를 접대하기 위해 미카와 수천의 군사들이 몸으로 강물을 막아 물의 흐름을 약화시키는 장면이 있다. 노부나가는 감격하면서 생애에서 거의 없던 휴식을 즐긴다.

하지만 그는 젊었을 때 도쿠가와를 인질로 붙잡았던 오다가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동맹이었지만 사위였던 도쿠가와의 장남과 도쿠가와의 정처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게 원수인지 은인인지 서로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의 관계는 그의 신하들과도 이어진다. 가장 고참 부하는 아들을 죽이는데 일조를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가 싫은 내색을 하면 나라가 무너진다.

과연 맞는 일들일까?

이렇게 복잡한 사회 속에서 그는 관계를 매우 중시했다.

재물과 보상에 인색해서 쫀쫀하다는 혹평도 들었지만 그가 쉽게 아래사람이나 남을 내치지 않았다는 점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장의 동력이었다.


삶에서 관계를 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무게 있게 다가온다.


천재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성장했던 그의 삶의 태도에서 배울 점들도 많다.

오다는 복속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존재라고 여겼다. 반면 다케다는 심한 적이었지만 오히려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패잔병을 적극 끌어 안았다. 

오래 살아야 했기에 여자를 가려서 만났고 건강관리는 거의 의사 수준이었다

그 덕분에 히데요시가 떠난 다음에도 정정해서 세상을 뒤집어 버릴 수 있었다.


작가 시바 료타로가 도쿠가와를 싫어했기에 책을 안남긴 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번역되었다.

문장 또한 훌륭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정리해주었다.

왜 그때 이런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아주 잘 묘사가 되어 있어 이해가 쉬었다.

서서히 내려가는 제국이지만 아직 우리는 일본에서 배울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일본인을 보다 잘 알게 해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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