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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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식 글쓰기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학생들과 격 없이 토의하고, 글을 모은다.

글 속에는 속 생각들이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 글을 쭉 읽어가다보면 사회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젊은 세대들의 

민낯을 보게 된다.

거리를 걷고 있는 즐거운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의 속 사정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

속을 이만큼 잘 드러내주는 엄기호의 노력 덕분에 독자는 청년들과 한 다리 건너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나도 잉여,지잡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매우 컸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조어지만 거기에서 자기 비하를 읽었다.

자존감의 상실. 

꿈도 많이들 이야기 되지만 그 이전에 자존감을 잃어버린 세대와 말을 터보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경청은 모든 문제 해결의 첫번째 수순 아닐까?

기성세대가 말을 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책을 읽어 봄이 좋다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마케팅 측면에서는 억울한 점이 컸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 놀음에 밀려 버렸다.

청춘 이야기는 거의 없는 그 책은 순수하게 제목과 저자의 신분(서울대 교수라는) 덕분에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사건이야말로 한국 출판 시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반면 엄기호의 노력은 진지하고 꾸준하다.

그의 노력은 계속 이어져 최근 <단속사회>가 서점에서 사회과학 1위로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게 만들었다.


그의 바닥 훑기 식의 노력이 이제 제대로 대접 받는 것, 진정성이 결국은 이겨가는 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감탄이고 이제 한계를 보자.


이 책이 목소리를 담고, 사회학의 접근을 통해 부연 해석을 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래서 어쩌냐는 해법에 대해서는 엄기호를 비롯한 대안학자들의 글에는 답이 없다.

두더지? 그건 아마도 우석훈이 이야기한 짱돌 만큼이나 허망한 해법이다.


한국 사회의 변화에는 참조모델이 있다. 

하나는 일본이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들이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보여지는 것이 우리를 겁나게 만든다.

그건 간단히 최근 일본을 가서 직접 구경해보면 알게 된다.

자존감의 상실. 


이 부분을 잘 살펴 보면 일본의 사회 변화는 경제적 구조 변화와 제도의 변화 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사회과학자들의 노력은 그런 분석들을 많이 수행해놓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문제도 경제와 제도 차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엄기호의 지금 방식이 바닥 훑기 식, bottom-up이라고 하면 반대편에서 내려다 보기 즉 top-down식 읽어가기도 중요하고 둘이 만나는 접점에서 진정한 해법이 있으리라 보인다.


청년들을 보면서 아프다, 이해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의무의 일부만 한것이다.

어른들의 진정한 임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구조를 살펴보고 제도를 바꿀 권력은 어른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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