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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틀을 깨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틀을 깬 사람이다.
교수가 굳이 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그러고 나니 논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대신에 무척 좋은 책을 많이 만들 수 있게 된다.
그의 책에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감하며 만들어낸 이야기가 담뿍 담겨 있다.
학생들의 날 목소리는 정말 독자들을 흥미롭게 한다.
지금 시대가 어른이 없고 <꼰데>만 남고, 아이들은 없지만 <애새끼>는 있다고 한다.
뭔 소리냐고? 하는 물음 가진 분들은 엄기호의 시리즈 도서를 읽어줘야 한다.
이 책들에는 목소리를 빼앗긴 청년들의 날선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좌냐 우냐는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저성장 속에서 줄세우를 요구하는 사회의 압박은 청년들을 짓누른다.
그리고 눌리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게만 들린다.
엄기호는 이 속으로 풍덩 들어가 바다밑에서 건져낸 말들을 끌어내 모아 본다.
그의 가장 핵심 능력은 공감이다.
더해서 그는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독특한 면모를 묘사해낸다.
강남과 목동의 아파트 군의 입구가 왜 닫혀 있는지?
바깥을 빙빙도는 학원차가 대입성공과 사회진입으로 이어지는 선이라면
입구의 CCTV는 불필요한 관계를 필터링 하는 선이다.
그렇게 날줄과 씨줄은 서로 다르게 이어지고 구별짓게 된다.
헬레콥터 맘들이 만드는 여러 행동들은 거대한 교육산업을 키우지만 반대로 아이들은 볼모가 된다.
그리고 교사는 겉돌고 이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모인 학교의 교실들은 냉소로 휩싸인다.
명문대생이 자살하면 뉴스가 되지만 그렇게 대우 받을 위치가 못 되는 이들에게는 몸부림도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린다.
과연 온당한 것인가?
작가의 단속, 즉 끊어지고 이어짐이라는 묘사는 꽤 시의 적절했나보다.
얼마전 대형서점에서 이 책이 1위가 된 것을 보면.
제목을 보면서 나에게는 하나의 풍경이 떠올랐다.
편의점 앞 아르바이트생이 잠깐의 휴식에 담배를 물려 휴대폰에 몰입하는 장면.
그들의 일의 현장에는 금이 그어져 있다. 단절이라는.
편의점 일은 유통업이다. 컴퓨터에서 쏟아내는 신호에 따라 기계적인 일을 하면서 그들은 단절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접속을 시도한다. 끊임없이 페북이나 카톡과 같은 가상세계로.
하지만 그 시도는 아무리 많아도 겉돌 따름이다.
모여서 같이 부딪끼고 땀 흘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
공감을 찾아 가상을 돌아다니지만 아무리 해도 가슴은 뜨거워지기 어렵다.
그렇게 끊어지고 이어짐이란 화두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