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144 권을 모은 브리태니커의 선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내 주변에서 딱 한군데 아버님이 언론계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내신 분 댁에 가보니 있었다. 한 권 집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았다.
이 선집에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영어문화권의 작품이 주종을 차지하게 되는데 동양과 한국의 작품을 일부 보완하고 신서를 가담시키면 좋은 컬렉션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발 맞추어 사상 전집의 편집도 이와 같은 형태로 확장이 돼주면 좋은데 출판계의 풍토가 아직 힘든 것 같다.
144 권이라는 규모는 무척 크게 느껴지지만 막상 따지고 들어가면 그렇게 많은 분량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읽자고 하면 결코 작은 수량이 아니다. 한 권을 일단 400 페이지 정도로 가정하고 시간당 40 페이지 씩 읽는 속도라면 10 시간 정도가 한권의 독서에 소요된다. 책을 한 번의 독서만으로 소화한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고 두세번 읽으려고 들면 30 시간 정도는 쉽게 지나갈 것이다. 책이 요구하는 비용은 이렇다 치고 사람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자. 자신이 한 주일 동안 책읽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소화할 수 있는 전체 수량은 분명하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6 시간 이상을 투입해야 매주 한 권 쫓아갈 수 있고 1 년이 52 주니까 해마다 52 권이란 계산서가 바로 나온다. 4 년을 분주히 뛰어다녀도 정해진 테두리는 분명하다. 결국 대단한 노력가나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이 같은 독서는 무리다.
모두들 고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대학교수들도 물어보면 그 중에서 전공 분야를 제외하고는 소설 몇 권 정도 읽은 수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