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1 - 역사평설 병자호란 1
한명기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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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후대에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지를 가지고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한국을 넘어서 일본과 중국까지 모두 역사를 놓고 긴장이 커져간다.

이 와중에 역사의식을 고양시켜야 한다며 대입시험에 비중을 높이자, 입사시험에 역사관을 보겠다고 점점 강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역사를 잘 알고 있는 것인가?

가장 큰 난리였던 임진왜란을 놓고 보자.

3대 대첩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쉽게들 대답할 것이다.

행주,진주,한산이 답이다.

하지만 일본측에서 볼 때 3대 대첩은 무엇인가 라고 물어보면 답이 쉽게 나올까?

조선과 명군 수 만명의 목숨이 일거에 사라진 참혹한 전투는 용인에서도 사천에서도 있었다.

이런 역사는 잘 가르치지 않기에 일반인들은 거의 알기 어렵다.

더해서 일본군이 끌고 온 조총, 명군의 홍이포 모두 서양의 기술이다. 우리는 거북선을 가르치지만 이들 신기술이 어떤 경로로 흘러와 동아시아 역사를 바꾸는데 역할을 했는지는 잘 익히려 하지 않는다.

 

대중들의 역사인식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역사 베스트셀러들을 보자.

아마 대중서와 만화가 많을 것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히트친 것은 나름 반가운 일이지만 만화 하나로 이해하기에는 역사는 훨씬 복잡 미묘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역사책이 거의 없다 보니 대중들의 생각은 한쪽에 쏠려 있어서 막상 필요한 부분에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명기의 <병자호란>은 이렇게 좁은 시야에 머무는 한국사를 한층 높여 보려는 애씀의 산물이다.

전작 <광해군>의 뒤를 이어서 새로 집권한 인조 정권의 실상을 소상히 드러내어 보여준다.

훈신에 둘러싸여 개혁 보다는 이권 다툼에 머문 반정.

광해의 폐모살제를 비난하며 집권했지만 인조 또한 숙부와 동생을 죽이게 되는 정쟁.

왕이 아니었던 자신의 부친을 추숭하려고 신하와 대립하는 왕의 모습.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명 사신에서 10만냥이 넘는 은을 바치느라 재정이 파탄나게 되는 외교.

 

하나 하나 까볼수록 아 이래서 역사가 이런 길로 갔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나온다.

 

일본,청이 신흥국이라면 조선과 명은 오래된 국가였다. 명은 청에 의해 정복되며 망했지만 조선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미 조선 또한 명과 거의 비슷한 노쇠함을 보이는 국가였다.

명의 노쇠함은 만력에서 숭정까지 이어지는 정치의 졸렬화에 잘 나타난다. 환관들의 폭주에 내정이 파탄나고 막판에는 충신을 참살하는 어리석음을 보인다. 덕분에 명의 수명은 급속히 줄어든다.

반면 청은 대륙을 제패한 유목민족의 경험을 집대성해서 한인들을 끌어 안는 포용력을 발휘한다.

거기에 비해 조선의 정치에는 아쉬움이 많다.

당대 조선의 조정과 청을 직접 비교해 보는데는 김훈의 <남한산성>이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생생하게 드러나는 당대의 호흡을 통해 노쇠함이 어리석음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백성의 피를 쏟게 하는 비극으로 간다는 역사의 이치를 잘 알게 해준다.

 

그렇다면 역사 공부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흥망이다.

왜 흥하고 왜 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망하는 길에 이르는 어리석음을 경계해나가야 한다.

저자는 G2 시대에 한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한국만큼 세계화의 흐름을 잘 타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국가가 없다. 그럼에도 FTA 나오면 사람들은 편을 갈라 싸움을 한다. 논쟁은 없고 그냥 싸움이다. 조선의 당쟁과 무엇이 다를까?

너네는 중국에 물건 팔아먹으며 왜 미국 편만 드느냐는 중국 관리의 비아냥이 편히 들리지 않는다.

 

역사는 중요하다. 그래서 하나의 생각,해석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제대로 따져보고 치열하게 논쟁해봐야 정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명기의 이 작품은 그 시작이 되기에 좋은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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