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약점 하나는 쉽게 위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정사 삼국지에는 사마의가 촉의 사신에게 물어서 얻은 정보로 제갈량을 비판하면서 “사소한 일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직접 수행하기까지 한다면 어찌 몸을 오래 보전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일을 지나치게 손수 처리하려고 노력하여 스스로 부담을 많아졌고 이것이 단명하게 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결국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우선 촉이라는 땅이 좁다 보니 배출되는 인재의 수가 많지 않아 믿고 맡기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일차 원인이다. 그가 가정전투에서 큰 마음먹고 일을 맡겼던 마속 또한 개인의 과실과 역량의 부족으로 패배하는데 일조하였다. 이것 또한 한편으로는 인재 부족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발탁하여 일을 맡긴 제갈량에게 부분적인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오장원의 싸움을 보면 제갈량의 죽음으로 군대가 질서정연하게 퇴각한 것으로 묘사된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수명이 거의 다 했다는 걸 안다면 굳이 대병력을 이끌고 위험한 전쟁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갈량 스스로도 자신의 죽음을 의외로 생각했고 충분한 대비도 하지 못 한 것 같다. 후퇴하는 과정에서의 위연의 죽음도 배신이라기 보다는 사후에 대한 준비의 부족함이 지도부의 혼선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갈량의 큰 뜻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굳어진 세력구조를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하자면 후세에 길이 남을 모범적 재상이었지만 군사적으로는 조조보다 분명히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