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강우석
오동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 감독 강우석에 대한 묘사로 앞에 승부사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매우 적절하다.
영화 산업이라는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꽤 많은 돈을 들여야 작품이 나오지만
관객의 순간적인 반응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리스크를 안고 싶지 않다면 아예 시작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제작,배급,상영이 각기 역할과 위험을 분담하고 수익을 나누도록 되어 있는 구조르
취할 수 밖에 없다.

영화의 성공에 감독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꼭 그것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작품에 성공했어도 늘 성공해야만 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 책은 실미도에서 보여준 강우석의 놀라운 흥행솜씨에 찬탄을 보내지만
나는 얼마전 본 <공공의 적2>를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전편의 소신을 가진 삐딱한 형사 설경구에게 검사라는 새로운 모습을 씌우다 보니
어색했고 스토리 전반이 검사에 대한 아부가 가득했다.
덕분에 작품성도 부족했고 흥행도 별로 였다.

어쨌든 강우석은 흥행에 강하다. 바꾸어 말하면 돈냄새를 잘 맡는다.
상식적으로는 작품이 좋아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돈이 없으면 작품을 만들수도 없고 작품을 만들어도 상영하기도 어렵다.
제작, 배급, 상영이 다시 CJ,오리온 등으로 계열화되어 가는 추세 속에서
순수한 창작활동의 여지는 점점 좁혀진다.

이런 변화속에서 강우석은 늘 돈에 민감했다. 벌어들이는 돈 뿐 아니라
쓰는 돈에서도 냄새를 잘 맡고 활용도 잘 했다.
곽정환이라고 예전에 외화 직배를 통해 큰 돈을 번 사람에게 양아들 취급받아가며
도움도 받았고 대우와도 합작해서 재주넘고 돈벌어다 주어봤고 위버스라는
외국자본, 최근에는 게임업체와의 합병으로 플래너스를 만들었다가 찢어지고
다시 CJ에 연결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다 돈과 연결되어 있다.

왜 이렇게 민감해야만 할까?
그 답 중 하나는 그의 씀씀이에 있다. 노장 임권택이 서편제를 만든다고
아무리 해도 돈이 안모인다. 사무실로 찾아온 선배들 앞에서 강우석은 투자비를 마련한다.
받아갈 때야 다들 성공하겠다고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는 건 강우석도 잘 안다.
이런식으로 영화인으로서 해보고 싶다고 나서는 후배들에게 시나리오 개발비,
제작비 등 명목으로 꽤 많은 돈을 퍼주었다고 한다.
본인 말에 의하면 영화판에서 벌은 돈 영화에 쏟는다는 자세다.
이러다 보니 주변에서 영화판의 권력중독자, 헐리우드를 막으면서 하는 짓은 꼭
헐리우드 메이저 흉내다라는 비판도 듣는다.

앞서 공공의적 2가 지나치게 검찰에 우호적인 것 또한 강우석이 검찰에 불려가서
고초를 겪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은 강우석에 대한 여러가지 측면을 쭉 조망한다. 두께는 그리 두껍지 못한데
이건 강우석 스스로가 되도록 자신을 밝히지 않으려하는 태도와도 연관이 많다고 한다.
문장은 꽤 유연하고 한국 영화판의 움직임을 아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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