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이 시점에서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규모 병력을 내어 오를 치러나갔다. 지도를 통해 중국 땅을 살펴보면 촉은 한구석이고 주변에 거대한 산맥들이 놓여있다. 지금도 철도가 통하는 길이 몇몇 없을 정도로 촉은 고립된 천혜의 요새였다. 형주에서 촉으로 이르는 길은 꾸불꾸불하기로 유명한데 그 입구에는 삼협이라고 하는 높고 험준한 계곡이 있다. 이 길을 걸어서 내려오다보니 군사들이 지치게 된다. 특히 오나라는 더운 지방이라 상대적으로 고지 출신인 유비의 군사들이 쉽게 지치게 된다. 방어측인 육손은 결전을 피하고 상대가 약점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화공으로 기습해서 격파해버렸다. 적벽과 마찬가지로 이 싸움도 지리적 특성이 잘 활용된 수비군 측의 승리로 끝났다. 훗날 이릉대전이라고 불리우는 전투의 결과는 촉에게는 재앙이었다. 유비는 촉의 국력 거의 전부를 들어서 내려간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가 크게 동요하였다고 생각된다.
백제성으로 넘어오자 성도로 돌아갈 면목도 없었다. 가장 가까이하던 관우와 장비가 둘 다 이번 전쟁 전후로 죽어버렸다. 덕분에 홧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데 유비는 제갈량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이 때 유선이 어리석으면 당신이 대신 맡으라는 태도는 그야말로 군신간에 발휘하기 어려운 우정이었다고 보여진다. 역사를 통틀어도 이런 사례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들이 조조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오랜 측근도 비정하게 버렸던 것과 비교되어 삼국지에서 유비와 제갈량 두 사람을 더 높이 치켜세우게 만드는 요소들이라고 생각된다.
제갈량이라는 인물 또한 실리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놀라운 인물이다. 촉이란 사회는 이런식으로 군신간의 특유한 의리로 뭉쳤기 때문에 비록 한구석에 몰린 땅이었지만 꿋꿋이 버틸 수 있었고 위나라에 대한 여러 차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유비의 장점으로는 역시 인덕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오늘 부족해도 큰 목표를 위해 쉬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한 것이 그를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