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남방원정

 

2.3.1 형주정벌

 

가장 적을 물리친 조조는 이제 원소의 잔존세력을 흡수한 대병력을 몰고 남으로 향했다.원래 남쪽에는 장수와 유표 둘이 긴밀하게 협력하며 조조를 막았지만 지금 장수는 조조에게 붙었기에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더해서 형주 쪽은 눈에 가시 같던 유표도 죽었고 후계자 다툼을 거쳐 올라온 작은 아들 유종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상태였다. 유표는 이렇게 어리석은 결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동탁의 초기에 형주를 장악했던 유표는 형주에 뿌리내린 채씨 호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유종은 집안의 딸과 결혼해서 얻은 아들이기에 결국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다.

막상 유표의 아들을 후계자로 추대했지만 형주의 호족들 전반의 입장은 유종을 위해 목숨을 걸고 조조에 맞서고 싶지는 않다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크게 두가지 요소가 작용했는데 하나는 원소를 물리친 조조가 이제 너무 버거운 상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중요한 것으로 조조가 얼마 항복한 장수에 대해 과거의 원한을 접어두고 후대했다는 것이다. 장수는 조조의 아들을 죽인 원수인데 그가 정도로 대접을 받는다면 우리 정도는 대우를 받을 것이다라는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형주는 상대적으로 전란의 피해가 적었다 보니 충분한 부와 안락함을 누리고 있던 형주의 호족들이라 자신들의 지위가 유지된다면 굳이 목숨을 걸고 싶어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뒤집을 만큼 유종의 의지와 지도력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유종 개인의 입장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항복이지만 받는 조조로서는 유종 스스로의 결단이 아니었다고 보아서 그렇게 높게 대우해주지는 않았다. 반면 일찍부터 항복하자고 설친 호족들에게는 골고루 요직을 주었다. 좋은 예로 역량도 있고 투항에 적극적이었던 문빙은 강하태수로 임명되어 적지 않은 군대를 계속 거느리고 오나라와 맞서는 최전선을 책임지게 된다.

유표가 살아 있을 조조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조언한 사람이 있었다. 원소를 치러 나간 사이에 본거지를 공략하던가 아니면 차라리 장수처럼 항복해버리자고 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쫓겨와 숙식하고 있던 유비에게 형주를 넘겨주는 것도 방법이었다. 어느 쪽을 택했더라도 유표 자신에게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표는 결단을 내리기 보다 문제를 미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문제를 고스란히 아들에게 남기고 말았다. 난세에 역량이 부치는 일을 맡는 것도 고역인데 바로 짐을 주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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