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여러 지방권력자 중의 하나로 머무를 때와 중앙에서 황제를 모시고 있을 때의 전략이 같을 수는 없다. 황제를 모신다는 건 그만큼 명분을 가지고 주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힘만 강조해서 밀어붙이려 한다면 이 또한 한계가 보일 것이다. 두가지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가령 황제가 조조를 승상으로 올리자 원소가 거북함을 느꼈다. 이 때 조조는 재빨리 자신을 낮추고 원소를 올려세우는 기민한 대응을 했다. 형식을 중요시하는 원소의 특징을 알기에 싸움을 뒤로 미루려는 계산의 결과다. 조조의 본거지가 천하의 중심부가 된 이상 장점과 단점이 생겼다. 어떠한 곳으로도 가장 빨리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보면 적대적인 세력에게 항상 포위당해 있다는 단점도 가진 상태였다. 조조의 군사력만을 놓고 보면 많은 싸움을 치른 경험이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원소를 포함한 주변의 적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은 병력이라고 할 수 없다. 한쪽을 마음먹고 공격하러 나가더라도 다른 지역의 적이 뒤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병력을 두텁게 남겨야 했다. 특히 이 당시의 전쟁은 식량의 보급이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해서 많은 병력을 장기간 끌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각각의 원정은 되도록 빨리 마무리지어져야 했다. 오랫동안 비운다면 자신의 빈집이 털리게 된다. 여러 상대를 놓고 싸움을 빨리 벌이고 빨리 매듭짓기 위해서는 역시 속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속도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결단력이다. 조조의 강점 중 하나는 결단력이다. 승부를 내야 할 곳이나 시점이라면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반면 상대방은 대부분 주저주저하면서 여기에 맞서지 못했다. 즉 집중과 속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조조에게 뒤쳐지는 것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알기에 조조는 정예병력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포착해서 공격하는 기습 작전을 잘 시도하였고 여러 차례 성공을 거둔다. 원소와 본격적인 싸움을 하기 전에 우선 유비를 기습공격해서 격파한 것 등은 좋은 사례이다. 뒤집어 보면 조조의 상대방들은 그런 기민한 작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조가 장수나 유비를 공격할 때 원소는 가만있었고 원소와 관도나루에서 격전을 벌이고 계속 이어서 원소의 본거지를 공략하는 동안에도 유표나 한수는 자기본거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다음으로 각각의 적을 공격할 때 조조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작전을 수립하였다. 조조의 싸움들을 보면 누구보다 도박을 잘 할 줄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의 행위가 도박으로 보였지만 실은 그가 충분히 상대의 기질과 상태를 이해하고 하는 행동이었다. 그만큼 상대를 잘 읽어내는 힘은 그가 인간에 대해 특히 자신과 겨루고 있는 상대방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손자가 강조한 지피지기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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