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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이념갈등과 정책빈곤의 진보정치
송호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2월
평점 :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한자 성어가 최근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말로 뽑혔다고 한다.
굳이 예전 조선시대의 당쟁이라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국사람은 편가르기를 좋아한다.
좌와우의 대립이 6.25를 가져왔던 것이나 동과서의 대결이 지역감정으로 대립하는 것에
더해서 이제 세대간 대립과 새로운 이념 대립이 떠오르고 있다.
덕분에 외형적으로 안정보다는 혼란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런 세태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고자 하면 좌는 당신은 우가 아니냐고 묻고
우는 당신은 좌가 아니냐고 묻는다.
도대체 중간은 설 땅이 안보인다.
노무현의 정책을 몇가지 반대하면 좌로부터는 당신은 고문의 대부 정형근까지
끌어안는 보수세력으로 비판받는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보안법도 정리해야 하지않겠냐고 하면 갑자기 우측에서는
거의 빨갱이 취급한다.
이런 편가르기 위주의 사회 풍토는 결국 토론을 비롯한 지적 탐구 노력을 마비시킨다.
진보를 하나의 대세라고 인정하더라도 서구의 진보정당이 현재 처한 난처한 사회상황을
보면 집권정당의 교체만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도 IMF 이후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고 청년실업은 해결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조기퇴직에 따른 부담으로 사회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의대 등 자격증 위주로 몰리는 통에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공대의 신입생 질이 현격하게 떨어졌다고 한다.
- 내가 직간접적으로 교수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송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힘들지만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양쪽의 문제를 모두 놓고 비판하고 싶어한다.
노무현의 자주국방을 비롯한 성급한 말 몇 마디가 전방의 미군을 후방으로 빼게 만들어
인계철선을 없애면서 전쟁위험을 10배 이상 증가시킨 점이나
포용력 없는 운영으로 지지자들을 분산시키는 한의 정치 등을 거론한다.
반면 탄핵으로 한번에 민주화에 대한 진전을 되돌리려고 했던 보수 정치의 한계에도 비판의
논조를 거두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처지가 국가가 나가는 방향을 다시 잡고 운영시스템을 재 정비하는 일종의
리모델링으로 간주한다. 덕분에 혼란은 있지만 파산은 없을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말라고 하는게
잠정적 결론이다.
물론 이 정도의 논의가 애매하다고 불만을 품는 독자도 많겠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 모두가
과거의 이념에 매이게 보다는 스스로의 창의적 노력으로 새로운 비전에 대해 합의해나가야 할
처지라는 저자의 강조점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
에세이 스타일의 쉬운 글이었지만 주제는 현재진행형이었고 저자의 고민 또한 꽤 많이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