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꽤 공부를 잘 했는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연세대 경상계열 밖에 못 갔다고 늘 불만을 가진 것이다.
그러더니 어느날 상의도 하지 않고 갑자기 휴학을 한채
다시 서울대를 응시했다가 떨어져 버렸다.

내가 알았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을 터인데.
왜냐고?

문과 쪽에서 학문이 진정하고 싶다면 연대냐 서울대냐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 머물러 있다면 1등이냐 2등이냐 하고 차이가 보이겠지만
중요한 건 이제 세계화된 시대라는 점이다.
나라 밖에서 한번 보자. 두학교 모두 잘 해야 전세계적으로 등수 맥이면
수백등 내외인데 기껏해야 5십보 100보 아닐까?

그리고 인문계열 학문은 어차피 밖으로 나가야 완성된다.
왜냐고?
박정희가 일으킨 동백림 사건은 유럽에 가있던 유학생들 상당수를
사회주의자로 간주해서 사형시킨 일대 간첩조작 사건이었다.
덕분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 윤이상을 구명하기 위해
카라얀까지 나서서 한국정부를 맹비난 했다.
박정희가 눈물을 흘리면서 보냈고 독일에서 만났던 그 광부와 간호사들
수출도 화가난 독일 정부에 의해 맥이 끊겼다.
광부 수출은 아직도 박정희가 치적이라고 내세우지만 끊어진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 안하는 사람이 많다.

어쨌든 각설하고 이후 한국의 인문사회 학문은 절름발이다.
유학생은 몽조리 미국으로만 갔다. 그래야 사상면에서 의심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목숨이 위태로와서야 무슨 보람이 있겠나?
덕분에 학문의 균형은 무너졌는데 결과는 질의 저하다.
네가 무언데 그렇게 한국 학문까지 논하냐고 불쾌해 하며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객관적 척도 하나를 이야기해보겠다.
도대체 한국 사람이 지은 책으로 해외에 번역된 것이 몇권이나 있을까 따져보자.
아무리 카운트해도 거의 없다.
내가 읽은 사회과학 책 중에 한국사람의 책을 인용한 경우는 정말 극히극히 드물다.
반면 일본사람 책은 꽤 많이 인용된다.

다시 처음 문제로 돌아가서 보자.
학문 하는데 중요한 건 서울대냐 연대냐 하는 학벌의 차이가 아니다.
그보다 최종 학력을 미국의 모모 대학으로 만들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라리 1년 내외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디딤돌로 삼고
크게 도약하는게 좋다.
내가 알기로는 서울대가 오히려 교환학생 쪽에는 소극적이다.

그래서 행위모델도 중요하고 신중한 진로선택도 필요하다.
시간은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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