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노선배의 강연을 들었다.

은퇴하고 제주에 내려가서 멋진 2막을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막상 강연을 들어보니 제주에서 첫 사업이 망해서 많은 은퇴자금을 날리고

다시 도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책으로 만들었다.


가만 책을 살피니 아쉬움이 많았다.

너무나 빠르게 만들어진 티가 많이 나타났다.


선배의 나이를 가만 생각해보았다.

요즘 실버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에도 불구하고 돌진 앞으로 하도록 부추김이 많다.

열정을 강조하며 과감히 돌진한 선배의 모습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었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 인생이 1막에서 2막으로 바뀐다는 것 등을 비유하자면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곡선에서 차를 몬다면 속도를 적당히 늦추면서 코너링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1막의 인생은 주로 성장의 흐름과 함께 하게 된다.

성장의 지표가 있고, 역동성이 있어서 속도를 높일수록 짜릿함이 같이 늘어간다.

반면 2막에서는 한템포 늦춰주고 길을 잘 봄이 필요할 것이다.

직선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아래에 낭떠러지가 보일 수 있다.


선배도 제주라는 곳까지 갔다면 천천히 멈추어서서 길가는 사람을 보았으면 어떠했을까?

도시에서 비행기 타고 날라가서 보는 건 어차피 손님의 눈이다.

현지에서 느림을 체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떠했을까?

속도를 늦추지 않은 대가는 정말 정말 혹독했다.


그리고 또 아쉬운 점은 이번에 발간한 책이었다.

너무 빨리 재기의 과정을 담다 보니 너무나 엉성해졌다.

여전히 여기서도 조급증이 고스란히 발휘된다.

대표적으로 1만시간 법칙을 이야기함이다.

새로 시작한 농사일에서 수천시간을 쏟았는데 앞으로 조금 더 하면 1만시간이 된다고 한다.

1만시간 법칙에 따라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무척 강조를 했다.

하지만 이것도 모순이 나타난다.

본인이 원래 서울에서 마케팅 강의로 유명했었고 거기에 1만시간을 쏟아부었었다.

그렇지만 제주의 사업에서 실패한 점은 마케팅 1만 시간 법칙이 깨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또 다른 걸 1만시간 한다고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예단하는 건 오만이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반복이 되고 논리의 비약이 나타나니, 처음에 호감을 가졌던 독자들도 막상 책을 보다보니 실망이 늘어난다.

나이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속도는 늦추어야 한다. 고정된 방향이 없기에

조심조심 살피며 가야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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