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웅들의 등장
1.1.1 조조
조조의 가계는 불확실하다. 정사에보면 한나라의 초기 공신이었던 조참의 후손이라고 하지만 허풍이라고 생각된다. 한왕조는 약 400년을 지속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한 가문이 계보를 제대로 이어가지는 못했다고 보여진다. 조조의 아버지는 잘나가던 환관의 양자로 들어가서 손쉽게 영달하려고 했는데 조조는 이런 가계에 대해서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조의 가문이 3대에 걸쳐 정승을 배출했던 원소의 가문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촌민의 수준까지 영락한 수준에서 올라와야 했던 유비와는 비길 바가 아니었다.
조조 개인으로 보면 주변이 자신에게 강요하는 틀을 따르지는 않았다. 공부도 억지로 시키면 안하지만 필요하면 부단히 노력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도의 대문을 지키는 지위에 있을 때는 잘 나가는 환관의 숙부도 법을 어기는 걸 보고 바로 처형을 해버렸다.
조조의 인물을 평한 것 중에 유명한 것이 “태평시대에는 유능한 신하요 난세에는 효웅이 될 것이다”라는 짤막한 문장이다. 사실 난세란 평시에 유능한 신하가 될만한 인물들이 충성을 거두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뛰어다니는 세상이다. 애초에 조조도 한의 충실한 신하로 출발했지만 한이라는 체제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보여지자 점차 자신의 야심을 발휘해 나가게 되었다.
조조의 강점은 역시 지혜다. 특히 전장에서의 병법에 기초한 전략의 효과적 구사와 국가경영을 위한 초석만들기에 있어서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사물을 전체적으로 볼 줄 알았고 인간의 심리를 읽는데 매우 뛰어났다. 덕분에 때로는 싸우지 않고 이겼고 일일이 이익과 원한을 다투지 않아 더 많은 이질적 세력들을 평화적으로 흡수해서 통일과업의 속도를 빨리 할 수 있었다. 또한 피지배층인 농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었어 조세부과 등 정치를 되도록 부담 없이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정치가로서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