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어둠의 시대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인물을 통해 당대의 역사를 드러내는 좋은 책이다.

정조 이후의 후기 조선이라는 시대가 무척 암울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머리에 자리잡았다.
백성들이 기존의 사회체제에서 마음을 떠나게 되어 천주학이라는 외래 사상에
귀의하게 된 현상을 놓고 정도를 벗어나 불쌍하다며 모조리 사형시키는
당시 정부의 모습이 암담하게 느껴진다.

당대의 조선을 지배한 학문은 성리학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것은 당파싸움이다.

조선의 유학과 천주교의 핵심적 차이는 차별과 평등이다.
신분,남녀,당파의 차이에 따라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누는 조선의 유학에 비해
천주는 만민이 똑같다고 가르친다.
조선에서 천주교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집단이 중인, 평안도 등 외방,
남인 등 정치적 소외계층이었다.

어느 파벌에 속하는가가 곧 그 운명을 결정한다면
개인들은 노력보다 줄서기에 열중할 것이다.

문제는 공감하지만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늘 발견된다.

얼마전 읽은 책 중 하나가 일본자동차산업을 분석한 글인데
거기에 도쿄대 출신이 많았던 닛산은 파벌싸움 하다가 몰락했지만
지방대가 많았던 도요다나 혼다는 오히려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런 시대를 살아간 정약용은 글을 잘써 과거만 급제했던 것이 아니고
지방관으로 나가서도 당대에 백성들에게 선정이라고 칭송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학문과 실천, 이론과 행동이 모두 일치했던 인물이다.

당대에 정약용을 고발하고 탄압하던 노론의 인물들 이름이 이 책에 나온다.
하지만 국사책 등 각종 역사서에서 전혀 배운바 없다는 기억에서 유추하건데
그들이 역사의 발전에 기여한 바는 없다.
이게 바로 조선이 후퇴하게 된 원인이다.

정약용을 내치고 백성을 형장으로 보내던 정권은 결국 나라를 일제에 넘기는 것으로
종결하게 된다.

정약용 자신의 삶과 그의 뛰어난 저작을 보면 사마천의 사기가 생각난다.
왕에 가까운 근친이었다가 추락하여 형장의 이슬이 될 뻔하고 다시 멀리
유배되어 수십년을 보낸 그의 삶은 사마천이 겪었던 사형수 신세와
다시 올라서 황제의 근친으로 보낸 말년의 영달이 대비된다.
사마천 처럼 그도 인간들의 여러측면을 이해하고 권력구조의 최정점에 서보았기에
훌륭한 경세학,인간학의 저술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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